공정거래위원회가 에스케이(SK)케미칼·애경산업·이마트 등 3개 기업이 가습기살균제를 제조·판매하면서 독성물질이 포함된 사실을 제품 라벨에 제대로 표시하지 않아 소비자들을 기만한 사실을 확인하고 제재 절차에 착수했다.
28일 공정위와 에스케이케미칼·애경산업·이마트의 말을 종합하면, 공정위는 3개 기업이 가습기살균제에 독성물질이 포함된 사실을 제대로 표시하지 않아 표시광고법을 위반한 혐의에 대한 조사를 마치고, 이를 정리한 심사보고서(검찰의 공소장에 해당) 작성 작업에 착수했다. 공정위는 12월 초 심사보고서를 3개 기업에 발송하고, 사건을 전원회의에 상정해 과징금 부과 등 제재 수준을 결정할 계획이다. 조사를 받게된 한 기업 관계자는 “공정거래법상 심사보고서를 발송한 뒤 법위반 혐의 기업에 3주간의 ‘의견서 제출 기간’을 주게 돼 있어, 전원회의는 내년 1월 중 개최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세월호참사 가족과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가족이 '세월호-가습기살균제 참사 진상규명 촉구 국민서명 전달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공정위가 가습기살균제 사건을 재조사해 법위반 혐의를 확인한 것은 지난해 8월 제품의 인체 위해성 여부가 최종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판단 불가’에 해당하는 심의절차 종결 결정을 한 이후 1년 3개월 만이다. 지난 국회 국정감사에서 공정위가 가습기살균제 사건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고 사실상 해당 기업에 면죄부를 줬다는 지적이 쏟아지자,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재조사 방침을 밝혔다.
공정위 조사결과 애경은 에스케이케미칼이 제조한 ‘홈클리닉 가습기 메이트’를 판매하고, 이마트는 애경으로부터 제품을 납품받아 ‘이마트(이플러스) 가습기 살균제’라는 이름으로 판매하면서, 독성물질인 메틸클로로이소티아졸리논(CMIT)과 메밀이소티아졸리논(MIT) 성분이 포함된 사실을 제품의 라벨에 제대로 표시하지 않았다. 공정위 관계자는 “환경부가 2015년 4월부터 가습기살균제에 포함된 CMIT와 MIT 성분이 인체에 유해하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밝혀왔다는 공식 의견을 보내왔다”고 밝혔다. 이는 공정위가 지난해 8월 환경부가 동물실험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에스케이·애경·이마트에 대해 과징금 부과나 검찰고발 없이 심의절차 종결 결정을 내린 것은 제품의 위해성에 대한 환경부의 입장을 정식공문으로 묻지 않고 전화통화만 하는 등 절차상 실수 때문이었음을 인정한 셈이다. 공정위의 심의절차 종결로 형사처벌을 할 수 있는 5년의 공소시효(2011년 8월 자발적 리콜 기준으로 2016년 8월말)도 지나가 버리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공정위의 3개 기업에 대한 제재 수위는 전원회의에서 결정되지만 사회적 관심이 높은 점을 고려할 때 상당히 무거운 과징금이 부과될 전망이다. 에스케이와 애경의 경우 표시광고법상 과징금 상한(관련 매출액의 2%)은 각각 250억원과 81억원에 달해, 3개 기업의 과징금 총액은 수백억원에 달할 가능성이 크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사건의 사회적 파장을 고려할 때 검찰 고발이 함께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을 도와온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의 송기호 변호사는 “공정위 제재와 함께 해당 기업들이 인체 위해성을 알면서도 가습기 살균제를 소비자에게 팔았을 가능성에 대한 검찰의 수사도 이뤄져, 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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