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서울 남대문 세브란스빌딩에서 열린 공정거래조정원 창립 10주년 행사에서 김상조 공정위원장 (왼쪽에서 세번째), 배진철 공정거래조정원장(네번재) 등 참석자들이 축하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 공정위 제공
하도급·유통·가맹·대리점 등 공정거래분야의 갑을 간 분쟁사건을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제재 이전에 조정해주는 역할을 하는 공정거래조정원(원장 배진철)이 오는 3일 창립 10주년을 맞는다.
공정위 산하기관인 조정원은 김상조 공정위원장이 지명된 지난 5월 이후 접수사건이 주당 40건대에서 80건대로 배로 급증하면서 ‘김상조 효과’가 가장 두드러진다. 상담 건수도 매주 200건에서 300건으로 50%가 급증했다. 조정원의 접수사건은 10월 말까지 2400건을 넘어 연말까지는 3200건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해(2433건)에 비해 32% 많은 것이다. 처리 건수도 연말까지 3천건에 달할 것으로 예상해, 지난해(2239건)보다 34% 늘어날 전망이다. 접수 건수와 처리 건수가 3천건을 넘는 것은 창립 이후 처음이다.
조정원의 ‘김상조 효과’는 김 위원장의 취임 6개월이 가까워지는데도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배진철 조정원장은 30일 창립 10주년 행사에서 “‘김상조 효과’가 초기에 얼마간 지속되다가 예전 상태로 되돌아갈 것으로 예상했으나, 반년이 가까워지는데도 계속되고 있다”면서 “갑의 보복 우려와 실질적 피해구제가 어렵다는 판단 때문에 망설였던 을들이 갑질 근절을 강조하는 새 정부 출범과 김상조 위원장 취임으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조정원을 찾는 사람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조정원의 역할도 지속해서 강화되고 있다. 조정원의 중재로 갑을 쌍방 간에 합의가 이뤄진 비율(성립률·중지사건은 제외)은 창립 초기에는 60%대였으나 2013년 이후 90% 전후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배 원장은 “조정원에서 합의가 안 된 사건은 공정위로 넘어가 정식 조사가 이뤄지면 자칫 사회적 평판에 악영향이 미칠 수 있고, 조정원에서 내놓은 중재안이 공정위의 1차 판단 근거가 될 수 있어, 기업들로서는 조정원 단계에서 미리 합의하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조정원은 사건 처리와 함께 공정거래분야의 조사·연구 업무도 병행하고 있다. 조정원은 늘어나는 업무를 감당하기 위해 내년에는 인력을 82명에서 92명으로 10명 정도 더 늘리기 위해 예산 당국과 협의 중이다.
갑을 간 분쟁조정 전문기관으로는 전 세계에서 유일한 조정원은 외국에서도 주목 대상이다. 일본의 공정거래위원 격인 공취위는 벤치마킹하기 위해 조정원을 두번이나 방문했다. 일본은 우리나라처럼 하도급법을 시행하고 있는 나라다.
곽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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