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7일부터 이틀간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 국제통화기금(IMF), 미국 피터슨연구소가 공동 주최한 ‘아시아의 지속성장 전망과 과제’ 국제콘퍼런스. 연합뉴스
외환위기 이후 20년, 과잉·중복투자가 해소되고 개별 기업의 부채비율도 역사적 최저수준으로 낮아졌으나 사람에 대한 투자 부재와 기술혁신 지체, 비정규고용 확산 등으로 ‘생산성’이 가파르게 둔화되고 있다. “생산성 추락은 향후 또 다른 위기를 불러올 수 있는 중장기 위험”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9월 열린 국제컨퍼런스에서 조동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과 권규호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2000~2005년(잠재성장률 5.0%)과 2016~2020년(2.8%)의 생산요소별 잠재성장률 기여도 변화를 △노동 기여도 0.9%→0.7% △자본 기여도 2.2%→1.4% △총요소생산성 기여도 1.9%→0.7%로 분석·추정했다. 총요소생산성 기여도가 큰 폭의 둔화 추세에 있다는 것이다. 저성장 체제와 노동력 고령화로 자본·노동 중심의 양적 물량 투입에 의존한 외형 확장이 한계에 봉착한 지금, 경제 활력을 이끌어가야 할 ‘체질’인 생산성에 경고등이 들어왔다는 얘기다. 총요소생산성의 변동은 기술혁신(진보)과 생산 효율성에 달려 있다.
한국은행 ‘조사통계월보’(2017년 9월호)도 우리 경제의 역동성이 떨어지는 이유로 생산성 둔화를 꼽았다. 이정익 한은 차장(동향분석팀)은 “총요소생산성 증가율이 외환위기 당시 약 4%에서 2015년 0.6%로 추세적으로 떨어지고 있다”며 “자본설비·투자가 줄어들고 생산가능인구도 감소하는 상황에서 생산성은 우리 경제의 진로를 좌우할 변수”라고 말했다.
생산성 둔화 요인으로는 기술혁신 부재뿐 아니라 노동(사람)에 대한 투자 부족과 비정규직으로 대표되는 소득·고용 양극화가 꼽힌다. 또 빈번한 기업 인수·합병이 보여주듯 물적 자본투자는 지속됐지만 기술혁신과 생산성의 주체인 노동자(사람)에 대한 투자는 ‘결핍’이 지속돼 왔다. 강두용 산업연구원 부원장은 “생산성 둔화는 장시간 노동으로 대표되는 기존의 양적 투입 중심 발전전략의 한계를 시사한다”며 “일자리 정책에서 양적 고용 확대뿐 아니라 비정규직·불완전 고용을 줄이고 임금수준과 고용안정성을 높여야 할 때”라고 말했다.
조계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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