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사건, 폴크스바겐 배기가스 조작 사건 등을 거치며 집단소송제 확대 여론이 힘을 얻어 가고 있다. 사진은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가 9월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환경보건시민센터에서 주최한 '가습기메이트 인체무해 부당표시광고 조사 중단한 공정위의 회의록 공개 요구 기자회견' 모습.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신소영 기자
가습기 살균제 사건, 폴크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사건 등 기업의 부도덕한 행위로 다수 대중이 피해를 보는 사례가 늘면서, 현재 증권 분야에서만 시행되고 있는 집단소송제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국회에도 관련 법안이 여럿 제출된 가운데, 프랑스와 일본처럼 1·2단계로 나눈 집단소송제를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는 제안이 나왔다.
보험연구원 백영화 연구위원은 최근 발표한 ‘집단소송제도 확대 도입 논의 시 고려사항’이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나라별로 다른 집단소송제 운용 방식을 소개했다. 가장 대표적인 모델은 피해자 중 일부가 소송을 진행해 판결을 받으면 따로 제외 신청을 하지 않은 잠재적 피해자 모두에게 효력이 미치는 미국식 모델이다. 소송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은 피해자도 구제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다만 백 연구위원은 “확정판결 효력은 당사자가 패소한 때에도 전체에 적용돼 피해자 상당수는 소송이 제기됐는지도 모르고 있다가 (대표가 이미 패소했기에) 소송을 제기할 수 없게 될 수 있다. 많은 보수 때문에 소송 남용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견줘 지난해 일본이 도입해 시행 중인 프랑스 모델은 집단소송을 2단계로 나누고 있다. 소비자단체가 개별 소비자들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쟁점으로 소송(공통의무 확인)을 제기해 판결이 선고되면, 이를 근거로 개별 소비자들이 배상요구 소송(채권 간이확정)을 내는 식이다. 1단계 재판에서 패소해도 판결 효력이 개별 소비자들에 미치지 않고, 승소한 경우에만 2단계 절차에 가입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또 2단계 재판은 심리 절차를 단순화해 피해자들이 신속하게 개별 채권을 확정받을 수 있다. 결국 미국식보다 소송권 침해 논란은 적지만, 2단계 소송에 능동적으로 가입 신청을 한 소비자만 참여하게 돼 피해구제 범위는 작을 수 있다는 게 단점이다.
백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증권 분야에서 시행 중인 집단소송제는 물론 국회에 제출된 법안들도 미국식 제도만을 전제하고 있는데, (나라별로) 다양한 입법례와 활용 상황 등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순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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