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28일 한국단체관광이 일부 허용된 이후 처음 입국한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12월5일 오후 서울 장충동 신라면세점을 방문해 환영을 받으며 쇼핑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제공 신라면세점
“이까짓 눈 쓸어내는 것쯤이야 신나게 할 수 있습니다. 손님 오기 시작하니 이제야 좀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에요.”
10일 오전 서울 성산동의 사후면세점 주차장에서 눈을 쓰는 조명국(57)씨는 힘든 기색이 없었다. 주차장을 관리하는 그는 몇 달간 쉬다 지난 4일부터 다시 출근했다. 면세점 점원도 지난주부터 4명이 늘었다. 출국 전 공항에서 부가세를 돌려받는 사후면세점뿐만 아니라 중국 관광객(유커)을 맞으려는 관련 업체들이 겨울 한복판에서 ‘봄’을 맞이하는 중이다. 지난 11월 중국 베이징과 산둥성 당국이 한국행 단체 관광을 허가한다는 지침을 지역 여행사에 내려보내는 등 한중관계에 훈풍이 불면서 업체들은 기대를 걸고 있다.
이날 사후면세점 주차장에 중국인 단체 관광객 버스는 2대가 들어섰다. 가이드 김아무개씨는 “(중국 단체) 관광객 수는 지난해의 10% 수준이다. 여행 재개 지침에도 여러 절차가 있어 3주 정도는 지난 다음 주에야 예전의 30% 정도로 회복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관광공사 자료를 보면, 올해 1~10월 방한 중국인 관광객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9.6% 줄었다. 그러나 단체 관광 재개로 2018년에는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한다. 최민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저 효과와 한중관계 정상화에 따른 구조적 성장 재개의 영향으로 2018년 방한 중국인 수는 75.4%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방한한 중국 여행객들의 표정도 밝다. 화장품과 홍삼 건강식품을 담은 쇼핑백을 두 손에 든 왕샤오메이(33)씨는 “처음 계획을 세운 게 지난해 12월이었으니 거의 1년 만에 서울에 왔다. 날씨가 좋은 봄으로 일정을 옮기려다, 너무 오래 기다려 단체 여행이 재개되자마자 왔다”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왕훙(網紅·인터넷 유명인사를 일컫는 말)이 한독의 숙취해소제인 ‘레디큐’를 개인 생방송 채널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 사진제공 한독
중국인 여행객을 겨냥한 왕훙(網紅·인터넷 유명인사를 일컫는 말) 마케팅 등 손님맞이 열기도 되살아나고 있다. 한독은 중국인 단체 관광 재개가 알려진 직후 인기 높은 숙취해소제 ‘레디큐’의 면세점 전용 제품 출시와 왕훙 마케팅에 나섰다. 지난달 28일에는 한국을 찾은 왕훙의 개인 생방송을 통해 레디큐를 홍보해 이날 준비한 물량을 모두 판매하기도 했다. 신라면세점도 지난달 중순부터 왕훙 마케팅을 본격적으로 재개했다. 150만명 이상의 독자를 보유한 왕훙 2명이 신라면세점 서울점을 찾아 쇼핑하는 내용을 담은 홍보 영상을 제작했다.
한편, 관련 업계에서는 중국인 단체 여행 재개를 반기는 동시에 이번 위기를 계기로 국적 및 사업 다변화 등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밀려오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을 맞이하느라 방한 외국인 국적 다변화를 제쳐놓으면 안 될 것"이라며 "한국 여행 체험의 차별화와 고급화 등으로 중국을 포함한 개별 여행자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체질 개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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