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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청년실업률 왜 안떨어지나…준전문직 일자리 부진이 ‘주범’

등록 2017-12-20 17:52수정 2017-12-20 19:43

KDI 보고서, 선호하는 사무·생산직 감소
저숙련 서비스·판매분야 일자리는 기피
20대 후반 남성 고용률 70% 이하 급락
실업률 낮아져도 청년실업률 10% 넘어
우리나라 실업률은 2000년 4.4%에서 지난해 3.7%로 하락했지만, 유독 청년(15~29살) 실업률만 고공 행진을 이어오고 있다. 심지어 청년실업률은 2000년 들어 8% 수준을 유지해오다가 2013년 이후로는 약 10%로 더 올랐다. 특히 25~29살 남성의 고용률은 2000년에 78.2%에서 지난해 69.7%로 떨어져, 일본(89.4%)이나 미국(82.3%), 독일(80.7%)보다 크게 뒤처진 상태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일 발표한 ‘청년실업률은 왜 상승하는가?’라는 보고서에서 그 원인을 전문직, 준전문직 수준의 일자리 창출이 부진한 탓이라고 진단했다. 이 보고서를 작성한 최경수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청년의 역량은 동질적인데 이들이 찾는 사무직, 생산직 일자리가 기술혁신으로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국제성인역량조사 지표를 보면, 우리나라 25~34살의 평균 역량은 중상위권이지만, 상위 1%의 역량은 최하위국에 속한다. 반면 하위 1%의 역량은 최고 수준이다. 다시 말해 우리나라 청년의 역량은 격차가 매우 작고 중간에 밀집돼 있다는 의미다.

이렇게 역량이 비슷한 청년들은 취업에서도 사무직, 생산직 등 중간 수준의 일자리를 찾는 경향이 짙다. 문제는 정보화 혁명으로 이러한 중간 일자리가 빠르게 줄어들고 서비스·판매직 등 저숙련 일자리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최 연구위원은 “청년실업의 원인으로 ‘일자리 미스매치’를 지적하는데 정확하게는 동질적으로 양성된 청년들이 저숙련 일자리를 기피하는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2013년 이후 실업률 상승은 4년제 대학 졸업자에게 집중된다. 대학 졸업 뒤 1년 이내에 취직하는 비율을 보면, 남성의 경우 취업률이 지난 15년간 약 10%포인트 하락했다. 남성 고용 비중이 높은 제조업과 건설업 취업자가 줄면서 졸업 후 장기간 실업을 겪는 청년이 늘어난 것이다. 대졸 고용률이 계속 하락하자 고졸자의 상급학교 진학률이 2008년 84%으로 최고점을 기록한 뒤 최근 약 70%로 떨어졌다. 보고서는 “실업률 상승은 대졸 청년들이 선호하는 전문직과 준전문직 일자리 창출이 부진한 탓”이라며 “기술직, 교육, 경영금융 분야 등에서 두드러진다”고 설명했다.

일자리를 찾지 못한 청년들은 일본의 ‘잃어버린 세대’와 비교될 정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엘지경제연구원 ‘우리나라 잃어버린 세대 등장의 의미’). 거품(버블)붕괴 이후 1990년대 초중반에서 2000년대 중반까지 일본 청년들은 △높은 실업률 △낮은 임금 △고용불안에 시달려 ‘잃어버린 세대’로 불린다. 2003년 당시 일본 청년실업률이 10.1%로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는데, 지난 10월 우리나라 20대 청년실업률이 10.1%를 기록했다. 우리나라 대졸 초임 임금은 2006년 이후 동일한 수준에 머물고 비정규직 일자리가 늘어난 탓에 고용불안은 더 심각해졌다. 더 큰 문제는 ‘낙인효과’다. 낙인효과란 청년기에 실업을 경험한 사람이 실업 기간뿐만 아니라 평생 동안 임금에서 손실을 입게 되는 현상이다. 업무를 통해 새로운 기술과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기회를 잃은 탓에 인적자본의 질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청년 패널 통계를 이용해 분석한 결과, 대학 졸업 후 1년 내 실업을 겪은 청년들이 곧바로 취업한 청년들에 견줘 임금이 9.8% 낮았다. 실업 기간이 길어질수록 임금손실이 커졌는데, 4년간 실업하면 소득의 38%가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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