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에스디아이(SDI)가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 404만주(5276억원)를 추가 매각하라는 공정거래위원회의 21일 결정에 대해 삼성 쪽은 “예규가 결정되면 법률 검토를 한 뒤 대응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놨다.
공정위가 2년 전 결정을 뒤집은 데 대한 당혹감이 엿보였지만, 그 시발점이 자신들이라는 점에서 공개적인 불만을 토로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이번 공정위 결정은 없던 게 생기거나 새롭게 바뀐 것이 아니다. 잘못된 것이 바로잡힌 것일 뿐이다. 삼성도 이 경우를 미리 예상하고 대비를 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은 일단 향후 예규 제정 과정과 정부나 국회 차원의 후속 조처가 논의될 때 의견을 제시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의 이번 결정이 삼성그룹 지배구조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엔에이치(NH)투자증권 김동양 분석가는 “삼성그룹 지배구조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이재용 부회장(17.1%) 등 삼성물산에 대한 지배주주의 지배력이 32.9%로 충분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다만 대규모 보유주식 물량이 시장에 나갈 경우 단기적으로 삼성물산 주가에 일정 부분 악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삼성에스디아이가 처분할 삼성물산 주식을 과거처럼 그룹 내 공익재단에 출연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2016년 초 삼성물산 주식 500만주를 매각하면서 200만주를 삼성생명공익재단에 넘긴 바 있다. 하지만 공익재단이 총수 일가 지배력을 유지하는 데 쓰인다는 비판과 함께 공정위가 최근 공익재단의 편법 운영에 대한 조사에 나서 다시 이 방안을 쓰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공정위의 이번 결정이 차질없이 진행되면 주식 처분 기한은 내년 8월이나 9월이 될 전망이다. 예규안 마련에 2~3개월가량 예상되고, 처분 유예기간은 예규 제정 뒤 6개월이다.
최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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