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법인세 최고세율 대폭 인하
“한국도 뒤따라야” 추종론 대두
법인세 인하하면 투자·고용 효과?
과거 두나라 법인세 낮췄더니
기업들 사내유보금만 더 쌓아
재정적자 늘며 소득불평등 커져
법인세, 한국이 더 과중?
한국은 비과세 감면 많아
실효세율은 미국이 더 높아
“한국도 뒤따라야” 추종론 대두
법인세 인하하면 투자·고용 효과?
과거 두나라 법인세 낮췄더니
기업들 사내유보금만 더 쌓아
재정적자 늘며 소득불평등 커져
법인세, 한국이 더 과중?
한국은 비과세 감면 많아
실효세율은 미국이 더 높아
한국의 1년 치 국내총생산에 맞먹는 1조5천억달러(약 1630조원·향후 10년간)의 대규모 감세안이 미국 상·하원을 통과함에 따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불붙인 감세 방아쇠가 우리나라 법인세 정책 향방에도 하나의 도전으로 대두하는 양상이다. 보수언론 등 일각에서는 “경쟁적 법인세 인하 추세에 한국만 역행하고 있다”며 한국도 인하 대열에 동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법인세 인하는 투자·고용·소득 등 경제활력을 진작하는 효과는 거의 없다는 것이 이미 경험적으로 판명됐으며, 오히려 소득 불평등 심화와 국가 재정적자 누적만 초래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상·하원은 20일 연방 법인세 최고세율을 35%에서 21%로 낮추는 감세법안을 통과시켰다. 앞서 우리나라는 지난 5일 국회에서 법인세 최고세율을 22%에서 25%로 올리는 정부안을 통과시켰다. 양국의 법인세율이 내년부터 역전되는 셈이다.
물론 법인세는 외국자본·기업의 국내 투자유치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돼 있는 만큼 개인 소득세에 견줘 국제적 변화 추세를 민감하게 고려해야 하는 이른바 ‘국제조세’ 성격이 강하다. 하지만 미국발 감세 등 글로벌 동향에 우리나라 법인세 정책도 무작정 따라가야 하는 건 아니다. 김재진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다른 나라가 법인세를 내렸다고 해서 우리도 단순히 따라가야 한다는 논리는 조세의 기능과 한국적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잘못된 주장”이라며 “우리나라는 조세지출, 즉 각종 비과세 감면항목이 매우 많아서 명목 세율과 실효세율 격차가 높은 편이고, 그래서 법인세 인하에 더욱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인기영합주의(포퓰리즘)에 편승해 무작정 따라가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특히 조세는 각종 공제·감면 항목이 많기 때문에 명목세율보다는 실효세율(각종 세액감면 등을 뺀 실제 부담률)을 따져봐야 한다. 개별 기업의 법인세 실효세율의 경우 미국의 대규모 감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미국이 더 높은 상태를 지속하고 일부 법인만 한국이 좀더 높아질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은 이번에 명목세율이 단일세(21%)로 개편된 반면 우리는 법인세 납부기업 대부분이 10% 및 20% 과세 단계를 적용받고 극소수 몇 개 기업만 최고세율(25%)이므로 실효세율에서도 대체로 한국이 여전히 낮은 상태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법인세 인하가 국내외 자본·기업의 투자 진작을 이끌어 생산·고용이 증가하고 궁극적으로는 나중에 국가 세수입이 오히려 늘어난다는 이른바 ‘래퍼곡선’의 논리도 의문시된다. 김 연구위원은 “우리 재정적자가 최근 국내총생산의 40%를 넘어설 정도로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반면, 각종 복지수요도 빠르게 증가하면서 둘 사이의 격차가 커지고 있다”며 “미국·한국 모두 과거 경험상 법인세 감세로 기업의 투자와 고용·소득이 증가하는 효과는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1980년대 레이건 행정부와 2000년대 부시 행정부 시절, 그리고 김대중·노무현·이명박 정부 시절에 법인세 감세정책을 폈지만 투자가 늘기보다는 기업의 사내유보금만 대폭 늘고 국가 재정적자만 누증됐다는 것이다. 정용택 아이비케이(IBK)투자증권 상무는 “과거 법인세 인하 시점마다 기업의 저축은 증가하는데 기업 투자는 변동이 없거나 하락했다”며 “법인세 인하가 투자를 자극하기보다는 기업 유보에 더 사용됐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의 투자 결정은 단순히 법인세율만으로 즉각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저성장 체제에서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더욱 강화돼야 하는 지금, 법인세 인하는 재정적자 누적과 이에 따른 재정지출 약화로 소득재분배를 위한 공적지출 감소를 초래하고, 결과적으로 소득 불평등을 심화시키게 된다는 지적도 크다. 최서영 삼성선물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감세안은 기업과 고소득층에게는 좋을 수 있으나 정부 재정수입 급감과 사회안전망 위축을 야기할 것이고, 빈부 격차 확대라는 비용을 지불해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우리나라도 여기에서 예외일 수는 없다. 나아가, 한국에 대한 외국자본 투자자가 법인세율 변동에만 민감하게 반응하는 건 아니다. 산업부 관계자는 “해외자본이 국내에 투자할 때는 법인세율 외에도 수익성과 안정성에 미치는 다른 여러 요인들을 따지게 된다”고 말했다.
조계완 한광덕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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