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제일제당, 대한통운 단독 손자회사 전환 ‘청신호’
SK·한진·대교 유사구조…지배구조 단순화 취지역행
채이배 의원 공정거래법 개정안 발의도 ‘영향’
SK·한진·대교 유사구조…지배구조 단순화 취지역행
채이배 의원 공정거래법 개정안 발의도 ‘영향’
씨제이(CJ)그룹이 두 개의 자회사가 하나의 손자회사를 공동 지배하는 기형적 지배구조를 6년 만에 바로잡으면서, 같은 구조를 가진 에스케이(SK), 한진중공업, 대교 등이 뒤따를지 주목된다.
씨제이제일제당은 지난 19일 케이엑스(KX)홀딩스가 보유한 씨제이대한통운 지분(20.1%)을 매입한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씨제이그룹 자회사인 씨제이제일제당과 케이엑스홀딩스(옛 CJ GLS)는 각각 지분 20.1%씩 나눠 씨제이대한통운을 지배하는 모습을 해소하게 됐다. 한 개의 손자회사를 두 자회사가 공동지배하는 기형적 구조를 수정한 것이다. 씨제이는 2011년 대한통운을 인수하면서 공정거래법의 허점을 이용했다. 공정거래법(제2조)에 따르면, 지주회사의 자회사 내지 손자회사가 되려면 지주회사의 계열사이며 동일인 또는 동일인 관련자 중 최다출자자가 소유하는 주식과 ‘같거나 많을 것'이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씨제이는 ‘같거나' 규정을 이용했다. 이 규정을 둔 취지는 독립적 제3자(외국법인 등)와 합작법인을 만들 경우를 위한 것인데, 씨제이는 두 자회사를 동원해 같은 비율로 대한통운을 손자회사로 인수하는데 썼다.
당시 경제개혁연대는 이같은 인수방식이 지배구조 단순화라는 지주회사 제도의 취지를 훼손한다고 비판했다. 경제개혁연대는 “두 자회사가 하나의 손자회사를 공동으로 지배하는 구조를 취하게 되는 것은 비록 법 위반은 아니지만, 현행 지주회사제도의 맹점을 악용하고 결국 그 취지를 훼손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경제개혁연대 소장이 현 공정거래위원회 수장인 김상조 위원장이다.
씨제이는 6년 간 유지하던 구조를 바로잡았지만, 아직도 다른 그룹에는 여전히 남은 상태다. 에스케이그룹 자회사인 에스케이이노베이션과 에스케이텔레콤은 손자회사인 행복나래의 지분을 각각 45%씩 보유하고 있다. 한진중공업홀딩스의 자회사인 한진중공업과 대륜이엔에스도 손자회사인 대륜발전과 별내에너지를 각각 공동 지배하고 있다. 이밖에도 대교와 대교디엔에스는 농업회사인 위더그린을, 제이비금융지주 자회사인 전북은행과 광주은행은 큐씨피제이비기술가치평가사모펀드(PEF) 지분을 공동 보유하고 있다.
이들 역시 지배구조 개선 작업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동양 엔에이치투자증권 분석가는 “최근 씨제이그룹 지배구조 개편과 맞물려, 수면 아래로 내려갔던 대기업집단 지배구조 개편 논의가 활발해질 전망이다”라고 밝혔다. 국회에도 관련 법률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채이배 의원(국민의당)이 지난해 대표 발의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에는 두 자회사의 한 손자회사 공동 지배를 불허하는 방안이 담겼다. 국회 정무위원회의 개정안 검토 보고서를 보면 “두 자회사가 한 손자회사를 동시에 보유할 수 있어 지주회사제도의 도입 취지와 반대로 계열사 간 시스템 리스크의 전이를 차단하지도 못하고, 오히려 소유관계가 복잡해지는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씨제이 쪽도 이번 지배구조 개선에 대해 “시너지 확보를 위한 것이지만, 최근 추진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도 염두에 뒀다”고 말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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