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27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하도급거래 공정화 종합대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공정거래위원회
중소기업에 대한 대기업의 전속거래 강요 행위가 금지되고, 기술 유용 행위에 대한 전속고발제가 폐지된다. 대기업은 1차협력업체에 대한 대금지급 조건을 공시해야 하고, 소규모 하도급업체들의 공동행위에 대해서는 담합 적용을 하지 않는다.
28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런 내용을 담은 ‘하도급거래 공정화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지난 7월 ‘가맹분야 불공정관행 근절 대책’, 8월 ‘유통분야 불공정거래 근절 대책’에 이은 이른바 공정위의 ‘갑을 대책’ 3탄이다. 이번 대책은 △대-중소기업간 힘의 불균형 해소(8개) △상생협력 모델 확산(7개) △법집행 강화(8개) 등 세 범주에 총 23가지 과제가 담겼다. 현재 국내 하도급업체 수는 건설 분야만 7만개이고, 제조 중소기업의 47%가 하도급 업체이다.
공정위는 “거래조건 협상부터 계약 이행에 이르는 거래의 전 과정에서 중소기업의 힘을 보강해 주는 제도보완 방안이 핵심 내용”이라며 “제도 보완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대·중소기업간 상생 협력 모델 확산 방안을 포함했고 불공정행위 관련 직권조사 등 법집행도 선제적으로 할 수 있는 방안을 포함했다”고 말했다.
공정위가 가장 강조한 것은 대-중소기업간 힘의 불균형 해소다. 이를 위해 대기업이 자사와만 거래하도록 하는 전속거래 강요 행위를 하도급법상 위법으로 규정하기로 했다. 김상조 위원장은 “대기업이 특허를 갖고 있지 않은 제품을 발주함에도 불구하고 그 제품의 생산 납품을 본인에게만 하라고 하는 경우 등이 금지된다”고 말했다. 또 2년마다 전속거래 실태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이는 중소기업의 임금구조 악화→전문인력의 중소기업 기피→중소기업 혁신성장 동력 저해 등의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다.
아울러 대기업-1차협력사 사이만이 아니라 2,3차협력사에게도 상생의 온기가 전달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한다. 소규모 하도급업체의 공동행위를 짬짜미로 규정하지 않도록 해 이들의 협상력을 높이고, 원청업체가 하도급업체에 원가 등 경영정보를 요구하는 행위를 금지하도록 했다. 또 공사기간이 연장되면 하도급 대금이 증액되도록 의무화하고, 원재료 가격 상승 이외에 노무비 등 다른 원가가 바뀔 경우에도 하도급 대금 조정을 신청하거나 협의할 수 있게 된다. 하청업체들이 제값을 받고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상생협력 모델 확산을 위해 공정위는 자산 5조원 이상의 공시대상기업집단의 1차 협력사에 대한 대금지급 기일·방식 등 하도급대금 결제조건을 의무적으로 공시하도록 하도급법을 개정한다. 2,3차 협력사가 1차 협력사와 협상할 때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또 대기업의 상생협약 이행 평가시 2,3차간 협약 체결 실적도 평가 내용에 반영해 거래조건 개선을 유도할 계획이다.
기술탈취 등 중소기업의 피해를 막기 위해 법집행 강화 대책도 내놓았다.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탈취를 막기 위해 공정위만 검찰에 고발할 수 있는 전속고발제를 폐지해 경찰이나 검찰 등도 이같은 피해 사례를 바로 조사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기술자료를 유용하거나 보복행위 등 법 위반 금액 산정이 곤란한 경우 부과하는 정액과징금의 상한도 현행 5억원에서 10억원으로 상향되고, 보복행위 역시 ‘3배 손해배상’의 대상이 되도록 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총 23개 과제 가운데 입법이 필요한 11개 과제는 국회와 협력해 법 개정을 추진하고 법개정이 필요없는 12개 과제는 조속히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상조 위원장은 “최대한 속도감 있게 진행하겠다. 그럼에도 우리 현실을 개선하는데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한꺼번에 해결되지 않겠지만, 일관되게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대책에 대해 중소기업중앙회는 “이번 대책이 한국 경제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고 중소기업의 혁신성장을 촉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환영 입장을 밝혔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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