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먹거리’를 표방하며 33년 동안 풀무원을 이끈 남승우(66) 대표이사가 경영권을 가족이 아닌 전문경영인에게 넘기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풀무원은 남승우 전 총괄 최고경영자(CEO)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이효율(61) 대표를 후임 총괄 경영자로 선임했다고 1일 밝혔다. 이로써 풀무원은 1984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하게 됐다.
남 전 대표는 3년 전부터 만 65살이 되는 2017년이 되면 자녀가 아닌 전문경영인에게 경영권을 승계하겠다고 공표해왔다. 그는 평소 “글로벌 기업 시이오들은 대부분 65살에 은퇴한다”며 “비상장기업은 가족경영이 유리하지만 상장기업의 경영권 승계는 전문경영인이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밝혀왔다. 전문경영인 체제는 전문지식을 가진 경영인이 자율적으로 기업 경영을 하고 성과와 실적에 책임을 지는 경영시스템이다. 국내 상장기업 가운데 경영권을 가족이 아닌 전문경영인에게 넘긴 경우는 유한양행 등 일부 기업을 제외하고는 사례가 많지 않다.
남 전 대표가 이런 선택을 한 데는 풀무원의 독특한 경영사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풀무원의 모태는 친구인 원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아버지 고 원경선 원장이 만든 풀무원 농장이다. 현대건설에서 근무하던 남 전 대표는 원 의원의 권유로 1984년 풀무원 투자와 경영에 나섰다. 두 사람은 공동대표로 있다가 1987년 원 의원이 정치에 나서면서 남 전 대표가 풀무원을 전적으로 맡게 됐다. 남 전 대표는 창립 초기 직원 10여명으로 시작한 풀무원을 1만여명에 연 매출 2조원이 넘는 한국의 대표 식품기업으로 성장시켰다. 계열사는 23개에 이른다.
남승우 대표 시절 경영 과정에서 논란도 있었다. 2015년 회사 정보를 미리 알고 자녀 명의의 차명계좌로 주식을 인수해 유죄 판결을 받았고, 풀무원의 충북지부 음성물류센터 운송업자 40여명이 노조 탄압, 장기간 운임 동결, 인원 감축 등을 주장하며 장기 파업을 벌이기도 했다.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풀무원 해외법인도 풀어야 할 과제다. 미국·중국·일본 등 해외법인들은 2014년 242억원, 2015년 408억원, 2016년 449억원 등 적자가 계속 커지고 있다.
남 전 대표는 앞으로 풀무원 이사회 의장 역할을 하며 경영 자문을 할 예정이다. 남 전 대표는 풀무원 지분 57.3%(약 218만주)를, 아내 김명희씨와 차녀 미리내씨는 각각 0.2%, 0.6%를 보유하고 있다. 남 전 대표는 주식 38만주를 성실공익법인으로 지정된 풀무원재단에 기부할 예정이다. 풀무원 관계자는 “나머지 지분의 상당 부분도 관련 법 등을 살펴 재단에 기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남 전 대표가 최대주주 자리에서도 물러나겠다는 얘기다. 남 전 대표는 슬하에 1남2녀를 두고 있으며, 장남인 남성윤씨는 풀무원유에스에이(USA) 마케팅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이효율 신임 대표는 풀무원이 법인 설립을 하기 직전인 1983년 입사한 ‘1호 사원’으로, 34년 만에 최고경영자까지 오르게 됐다. 입사 후 마케팅팀장, 사업본부장, 영업본부장, 풀무원식품 마케팅본부장, 푸드머스 대표이사, 풀무원식품 대표이사 등을 역임했다. 특히 그는 풀무원 초창기 국내 최초의 풀무원 포장 두부와 포장 콩나물을 전국 백화점과 슈퍼마켓에 입점시키며 ‘풀무원 브랜드’를 전국에 알렸다. 이 신임 대표는 신년사에서 “풀무원을 한국을 넘어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브랜드로 거듭날 수 있도록 혁신해 나가겠다”며 “매출 5조원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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