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8월22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미FTA 공동위 특별회기 장면. 산업부 제공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1차 협상이 5일 자정(미국 현지시각 5일 오전 10시)에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다. 무역수지 적자 해소를 개정 목표로 내세운 미국과 개정 범위 축소·완화 및 이익균형 확대를 목표로 내건 우리 협상팀이 향후 협상테이블에서 요구할 관심사항 목록을 각각 제시하며, 쟁점사항을 둘러싸고 치열한 공방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협정 발효 6년여만에 ‘무역수지 불균형 해소’ 목적이라는 당사국 일방의 전례 없는 요구로 이뤄지는 이번 1차 협상테이블에 우리 쪽은 유명희 통상교섭본부 통상정책국장을 수석대표로 하는 10여명이, 미국 쪽은 마이클 비먼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보를 수석대표로 하는 10여명이 각각 참석할 계획이다. 협상을 앞둔 4일(현지시각) 워싱턴 덜레스 국제공항에 도착한 유 국장은 공항에서 한국특파원들과 만나 “국익을 최우선으로 이익의 균형을 이루면서 국익을 반영할 수 있는 협상을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유 국장은 또 협상의 최대 쟁점에 대해 “아직 첫 협상을 시작하기 전날에 쟁점을 내 입으로 얘기하고 싶지 않다”면서 “어떤 쟁점이 나오든 미국이 요구하는 만큼 상응하는 요구를 하면서 균형을 갖춰 국익에 최선이 되는 협상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미국 쪽 요구 사항에 대해선 “무역수지 적자 해소에 관심이 많다 보니 자동차 등 대표적 (무역적자)품목들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이번 1차 협상은 5일 늦게까지 하루종일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양국은 6일 낮께 1차 협상 결과에 대한 보도자료를 공동으로 배포할 예정이다.
정부는 지난 18일 국회에 보고한 ‘한-미 에프티에이 개정협상 추진계획’에서 “미국 쪽의 개정 수요에 상응하는 우리 쪽 개정수요를 비례적으로 발굴·제시해 대응하고, 개정범위의 축소·완화를 유도하며, 농축산업 등 우리 쪽 민감분야 보호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개정협상은 상품·농업·투자·서비스·원산지규정 등 총 24개 챕터에 걸쳐 약 700여쪽에 이르는 협정문 전체를 재검토하는 전면 개정 방식이 아니라 양국의 이해에 따라 일부 챕터와 조항에 대한 개정을 시도하는 ‘부분개정’(스몰 패키지) 방식으로 진행될 공산이 크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12월 18일에 열린 국회 국정감사에서 “개정 협상은 부분개정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라며 “다만 앞으로 협상 과정에서 도중에 전면개정 방식으로 전환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번 1차 협상에서는 양국이 개정협상 테이블에서 중점적으로 다루고자하는 협정문 분야·조항을 각각 제시하면서 향후 2차 협상때부터 본격 진행될 한-미 에프티에이 개정협상의 큰 골격을 짜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한국에 대한 상품수지 적자의 대부분(90%가량)을 차지하는 자동차를 집중적으로 거론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산 자동차의 한국수입과 관련해 안전·환경규제 등 각종 비관세장벽 해소를 요구하고, 현대·기아차 등 한국산 자동차의 미국시장 수입과 관련해 원산지 기준 강화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울산 등 국내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자동차에 미국산 부품 장착을 늘리는 쪽으로 한·미 양국 자유무역협정 지역 역내에서 창출되는 부가가치 기준(원산지) 강화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 협상대표단은 또 값싼 중국산 철강이 한국을 우회해 미국시장에 수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철강의 원산지 기준강화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산업부는 지난 18일 국회에 보고한 한-미 에프티에이 개정협상 추진계획에서 “미국 측이 한미 간 무역 불균형 해소 차원에서 우리측 잔여 관세 철폐 가속화와 주요 품목에 대한 관세 조정 등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가 여러 차례 민감한 ‘레드라인’이라고 밝힌 농축산물 시장 추가개방을 요구할지도 관심이다. 우리 쪽에서는 협정의 대표적 독소조항으로 꼽혀온 투자자-국가분쟁해결제도(ISDS) 개선과 국내 농축산업계가 요구한 미국산 쇠고기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발동 기준 완화 등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우리 쪽은 이번 1차 협상테이블에서 지난해 한국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가 179억7천만달러로 2016년(232억5천만달러)에 비해 대폭 줄었다는 점을 강조할 예정이다. 미국산 제품 수입액은 미국산 셰일가스·액화천연가스(LNG)·무기구입 등이 늘면서 지난해 총 506억4천만달러로 2016년에 비해 17.2%나 증가했다. 한국의 주요 수입국 중에서 중국(12%)·일본(16%)·유럽연합(10%)에 비해 가장 높다. 우리 쪽은 미국 쪽이 줄곧 제기해온 대미 무역수지 불균형이 대폭 줄어드는 추세에 접어든 만큼 “이번 개정협상에서 다룰 양국의 쟁점 품목 등 개정범위·폭을 최소한으로 축소·완화하자”고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개정협상은 워싱턴과 서울을 차례로 번갈아가며 열린다. 양국은 1차 협상 이후 3~4주 간격으로 후속 협상을 진행할 방침이다. 이르면 올 상반기 안에 양국이 최종 타결에 이를 가능성이 점쳐진다. 지난 2006~2007년에 열린 한-미 에프티에이 협정체결을 위한 협상은 2006년 6월부터 2007년 3월까지 서울과 워싱턴을 오가며 8차례의 공식협상이 열린데 이어 고위급 협상과 양국 통상장관 회의를 거쳐 협상 개시 10개월만인 2007년 4월에 협상타결에 이른 바 있다. 이번 개정 협상 일정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미국이 현재 6차 협상을 앞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과 달리 한-미 에프티에이 개정협상은 협정문 챕터 전체에 대한 개정을 검토하는 전면 개정 방식이 아닌 만큼 (나프타 및 지난 2007년 체결협상 때에 견줘)오래 걸리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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