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한 직원이 설계 모니터를 살펴보고 있다. 한겨레 자료 사진
삼성전자가 지난해 반도체 분야에서 최초로 매출액 세계 1위 기업이 됐다는 예비 조사 결과가 나왔다. 에스케이(SK)하이닉스도 세계 3위에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조사 업체는 내년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하락해, 삼성의 1위가 “사상누각”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의 정보기술(IT) 전문 조사회사인 가트너는 5일 “2017년 삼성전자가 1992년부터 1위 자리를 놓치지 않던 인텔을 밀어내고 1위를 탈환했다”고 밝혔다. 가트너 조사를 보면, 삼성전자는 612억달러로 전 세계 반도체 매출액의 14.6%를 차지했다. 전년도 매출액 401억달러
보다 52.6% 증가했다. 인텔은 577억달러, 13.8%로 2위였다. 하이닉스는 263억달러로 전체의 6.3%를 차지해 지난해 4위에서 3위로 뛰어올랐다. 전년도 매출(147억달러)보다는 79% 증가했다. 인텔은 1992년부터 반도체 분야 매출액 1위 기업 자리를 지켜오다 24년만에 삼성에 역전당했다.
삼성과 하이닉스의 선전은 지난해 메모리 반도체의 가격 상승에 따른 것이다. 가트너는 지난해 전 세계 반도체 매출 총액이 전년보다 22.2% 증가한 4197억 달러에 달했는데, 이는 전체 반도체 시장의 3분의1
가까이를 차지하는 메모리 반도체의 매출액이 공급 부족 탓에 64%나 증가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앤드류 노우드 가트너 부사장은 “메모리 반도체 분야는 2017년 전체 반도체 매출 성장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며 반도체 분야 최대 영역으로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반도체는 정보를 저장하는 메모리 반도체와 연산·제어 등 특정 기능을 하는 시스템 반도체로 나뉜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낸드·디램(D) 등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1, 2위를 다투고, 인텔과 퀄컴 등은 중앙처리장치(CPU), 통신반도체 등 시스템 반도체 분야의 강자다.
가트너는 삼성의 1위가 오래 가지 않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중국의 부상과 이로 인한 메모리 반도체 가격의 하락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노우드 부사장은 “삼성의 1위 탈환은 메모리 반도체 버전의 사상누각”이라며 “중국이 자체 메모리 반도체 생산 능력 확대를 꾀하고 있어 메모리 반도체 가격은 올해 낸드플래시부터 시작해 내년 디램까지 서서히 약화될 것으로 본다. 그럴 경우 삼성은 현재의 매출 강세를 상당 부분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11월말 미국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도 “낸드플래시 가격 하락 속도가 생각보다 빨리 진행되고, 디램은 내년 1분기까지 호황이 지속될 것”이라며 반도체 업황이 정점에 이르렀다는 보고서를 낸 바 있다. 당시 삼성전자와 에스케이하이닉스 주가는 하룻새 3~4% 빠졌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