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차명계좌’ 주식변동 보니…
공시한 삼성전자·SDI 빼고도
8곳 ‘차명’ 주식도 1천억 넘어
이들 계열사 지분변동 노출 안돼
10년째 “좋은 일 쓰겠다”고만
공시한 삼성전자·SDI 빼고도
8곳 ‘차명’ 주식도 1천억 넘어
이들 계열사 지분변동 노출 안돼
10년째 “좋은 일 쓰겠다”고만
“특검에서 조세포탈로 문제가 된 차명계좌는 과거 경영권 보호를 위해 명의신탁을 한 것으로 이번에 이건희 회장 실명으로 전환한다. 이 회장은 누락된 세금을 모두 납부한 후 회장이나 가족을 위해 쓰지 않겠다며 유익한 일에 쓸 수 있는 방도를 찾아보자고 했다. 구체적인 용도에 대해서는 이러한 회장의 취지에 맞게 시간을 갖고 준비하겠다.”(2008년 4월22일 당시 이학수 삼성전자 부회장)
삼성그룹이 과거 삼성특검이 밝힌 차명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약속한 지 10년이 흘렀다. 그사이 차명재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삼성전자 주식 등이 수배가 올라 약 6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7일 금융감독원의 국회 보고 자료인 ‘이건희 차명계좌 관련 점검 결과’를 보면, 이 회장은 2007년 말 1229개 차명계좌에 예금(2918억원)과 주식(1조7829억원), 채권(899억원) 등 2조1646억원을 보유했다. 2008년 삼성특검이 밝힌 이 회장 차명재산 4조5천억원과는 차이가 있다. 이는 이 회장이 삼성생명 주식(약 2조3천억원)을 실물 차명지분으로 갖고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번 금감원 점검에서 이 회장의 삼성 계열사 3곳의 추가 차명주식과 계열사별 주식수 등이 새로 드러났다.
가장 규모가 큰 주식을 살펴보면, 이 회장은 삼성전자 등 상장사 8곳과 비상장사 2곳에 총 655만주를 보유했다. 구체적으로 삼성전자 263만주와 삼성화재 38만주, 삼성전기 140만주, 삼성증권 64만주, 삼성물산 65만주, 삼성에스디아이(SDI) 48만주, 에스원 32만주, 제일기획 1만주 등이다. 또 비상장사 삼성네트웍스와 삼성에스디에스(SDS) 4만주를 보유했다. 당시 가치로 1조7829억원이다.
이들 주식은 2008년 이학수 삼성전자 부회장이 약속한 사회 환원 대상이다. 해당 주식을 단순 계산하면 현재 가치로 6조원을 훨씬 웃돌 것으로 추산된다. 그동안 유상증자 등 중요한 경영 변동 사항이 없던 삼성전자 주식 263만주만 현재 가치로 6조원(5일 종가 260만6천원)을 훨씬 넘는다. 또 삼성전기·화재 등 나머지 주식 가치도 1천억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아울러 이 회장이 약속한 실명전환도 확실하지 않다. 사회 환원 대상 가운데 이 회장이 실명전환했다고 밝힌 주식은 삼성전자·에스디아이뿐이다. 삼성전자는 2009년 2월18일 ‘최대주주 등 소유주식 변동 신고서’에서 이 회장이 보통주 224만5525주, 우선주 1만2398주를 추가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변동 원인은 ‘실명전환’이고, 이 회장의 주식 보유 비율은 1.86%에서 3.38%로 늘었다. 해당 주식은 현재도 이 회장 소유고, 가치는 5조8780억원이다. 삼성에스디아이도 같은 날 같은 이유로 이 회장이 39만9371주(0.85%)를 새로 취득했다고 공시했고, 같은 해 10월 모두 팔아 571억여원을 얻었다고 밝혔다. 또 공시한 두 회사 주식이 드러난 차명재산보다 각각 47만주, 8만주가량 줄어 이 역시 현금화한 것으로 추정된다.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제83조)은 최대주주의 지분 변동은 지체 없이 공시하도록 한다. 이 회장은 2008년 차명계좌 주식과 예금, 채권의 대부분인 1조9787억원을 인출했다. 2007년보다 많아진 것은 주가 변동 때문으로 보인다. 2009년 2월에 뒤늦게 공시해 규정 위반 혐의가 있다. 나머지 삼성전기·화재 등 다른 계열사 지분 행방은 종잡을 수 없다.
이건희 회장의 사회 환원 약속은 감감무소식이다. 2016년 12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국회 청문회에 참석해 “어머님, 형제들과 상의해 봐야겠지만 저희가 결정해야 할 시기가 오면 정말 좋은 일에 쓰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청문회 때 의사를 밝힌 이후 진전된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김경율 참여연대 집행위원장(회계사)은 “삼성이 약속한 대로 현재 가치로 조속히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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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삼성그룹의 ‘신경영 선언 20주년 만찬’에 참석하기 위해 호텔에 들어서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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