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준우 삼성중공업 신임 사장(왼쪽)이 16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회의실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있다. 삼성중공업 제공
지난해 4분기 수천억원대의 적자를 줄줄이 기록한 국내 조선업 ‘빅3’에 대해 민간 채권은행들이 대출금 회수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일 새해 첫 현장행보로 거제 조선소를 방문해 “조선업 위기 극복과 재도약”을 역설했음에도 금융당국의 회수 자제 요청이 먹혀들지 않고 있는 것이다.
남준우 삼성중공업 신임 사장은 16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요즘 삼성중공업을 비롯해 조선업종 기업에 대한 채권은행들의 대출금 자금 회수가 심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국가 기간산업인 조선산업 업황이 여전히 좋지 않은 상황인만큼 대출금 회수 속도조절에 나서도록 정부가 채권은행에 개입해 달라”고 요청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은 덜하지만 최근 민간 채권은행마다 조선 회사에 빌려준 대출채권의 만기를 더 이상 연장해주지 않는 일이 속출하고 있으며, 아직 상환만기가 남아 있는 기존 대출금도 중도 회수에 나서겠다며 압박하는 일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채권은행들이 대출자금 회수에 나서고 있는 건 지난해 4분기 대규모 적자에 이어 올해도 실적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4분기 현대중공업은 3100억원, 삼성중공업은 5600억원의 적자를 냈다. 대우조선해양 역시 1천억원대 적자를 낸 것이 확실시된다. 조선업종은 지난 수년간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총 대출금 중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 몫이 큰 편이다. 하지만 민간은행의 익스포져(시장위험에 노출된 금액)가 큰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조선사마다 올해 극심한 일감 부족에 시달리게 되면서 매출은 급감하는 반면 고정비용 부담은 지속돼 큰폭의 영업손실이 우려되자 대출은행들이 일단 회수부터 하자는 흐름이 있다”며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이 올해 1조원대의 유상증자를 통한 자본확충에 나서겠다고 발표한 것도 이런 대출금 회수압박 우려와 무관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남준우 사장은 올해 삼성중공업의 수주 목표를 82억달러(조선 60%·해양플랜트 40%)로 제시했다. 삼성중공업의 2016년 수주액은 5억달러였고, 2017년 수주액은 70억달러 안팎으로 추정된다. 남준우 사장은 “이 목표가 달성되면 올해 연말에 수주잔고가 14조원대에 이르러 향후 2년치 일감이 안정적으로 확보된다. 이에 따라 2019년부터 매출이 7조원 수준으로 회복되고 영업손익도 흑자로 돌아설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올해 5월까지 완료할 예정인 1조5천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대해서는 “조선업이 내년부터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므로 유상증자가 실패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대주주인 삼성전자 등 기존 주주사들도 투자 판단에서 증자에 참여하는 것이 낫다고 여길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유상증자는 (기존) 주주배정 방식이기 때문에 실권주가 나오지 않는 한, 삼성중공업 지분이 없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개인자격 참여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자구 노력과 관련해 “대리급 이하 사원을 포함한 전 사원이 조만간 기본급 기준 임금 10%를 반납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계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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