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지멘스가 씨티(CT)·엠아르아이(MRI) 등 의료장비를 판매한 병원을 상대로 장비 유지보수 서비스를 중소기업에 맡기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를 하다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62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공정위는 17일 지멘스, 지멘스헬스케어, 지멘스헬시니어스 등 3개사가 씨티(전산화 단층 엑스선 촬영장치)와 엠아르아이(자기공명 영상촬영장치) 유지보수 시장에 신규 진입한 중소기업을 배제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62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발표했다. 국내 씨티와 엠아르아이 장비시장은 지멘스, 지이(GE), 필립스 등 소수 다국적 기업이 과점하고 있고, 지멘스는 업계 1위다. 지멘스는 자동차, 전력, 운송, 의료 사업을 영위하는 독일계 다국적기업이다.
공정위 조사 결과 지멘스는 2014년 자사의 씨티와 엠아르아이를 구입한 병원들이 중소 유지보수업체들과 거래하는 것을 막기 위해 중소기업과 거래하는 병원들에는 장비의 안전관리, 유지보수에 필수적인 서비스 소프트웨어의 발급조건(가격·기능·발급 소요기간)을 불리하게 적용했다. 공정위는 “중소기업과 거래하지 않는 병원에는 고급 자동진단기능을 포함한 서비스 프로그램을 무상으로 바로 발급한 반면 중소기업과 거래하는 병원에는 기초 기능만 포함한 서비스 프로그램을 유상 조건으로 최대 25일이 지나서야 판매했다”고 설명했다.
지멘스는 2013년까지는 자사의 씨티와 엠아르아이 유지보수 시장을 독점했으나 이후 중소 유지보수업체들이 신규로 진출하면서 시장독점을 잃게 되자 이런 불법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 4개의 중소 유지보수업체 가운데 2곳이 지멘스 때문에 경쟁력을 잃고 시장에서 퇴출당했다.
지멘스는 또 중소기업과 거래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안전 및 저작권 침해문제를 실제보다 과장하는 내용의 공문을 병원에 보냈다.
공정위 전성복 서비스업감시과장은 “공정위가 장비 판매 이후 유지보수 서비스 등 후속시장(애프터마켓)의 경쟁제한행위에 대해 제재한 것은 이번 사건이 최초”라고 설명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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