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일자리위원회가 17일 주최한 ‘노동시장 구조개혁 정책제언 보고회’에서 컨설팅보고서를 발표하는 이수성 론랜드버거 서울사무소 대표. 사진 중기중앙회 제공
독일 컨설팅회사인 롤랜드버거가 최저임금 인상 등 새 정부의 노동정책이 양극화 해소에만 초점을 맞춘 나머지 중소기업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며 노사 양쪽을 모두 고려하는 제도 개혁을 주장했다. 또 국내 산업구조상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인한 부담이 하청중소기업에게 전가될 우려가 크다고도 지적했다.
이수성 롤랜드버거 서울사무소 대표는 17일 중소기업중앙회 산하 중소기업일자리위원회가 서울 여의도 중기중앙회관에서 개최한 ‘노동시장 구조개혁 정책제언 보고회’에서 이렇게 밝혔다. 그는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원(시급)으로 인상하겠다는 정부 목표에 대해 “2018년 최저임금도 중위임금 대비 68% 수준으로 50%선 안팎인 선진국 수준보다 높다. 기업의 추가부담이 과중해 생존력을 저해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중소제조기업의 47%가 대기업에 납품하는 한국의 산업구조를 감안할 때 새 정부의 노동정책에 따른 대기업의 부담이 하청 중소기업에 전가될 수 있다”며 중소기업의 현실을 고려해 정책 방향과 내용을 수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개선책으로 최저임금 산정기준을 소비자물가지수·도시가구 생계비, 임금상승률 등과 종합적으로 연동시키고, 연령·산업·지역·직능별로 차등 적용할 것을 제안했다. 또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기본급 말고도 고정상여금과 숙박비와 식비 수당을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시간 단축과 관련해, 이 대표는 미국·일본·독일·네덜란드·프랑스의 사례 분석을 내세우며 “주당 최대 68시간인 현행 근로시간을 2021년까지 52시간으로 단축하는 것은 연평균 1시간 내외였던 선도국의 단축 속도와 비교해 너무 빨라 중소기업의 인력난을 악화시킬 수 있다”며 “단축 속도를 늦추면서 30인 미만 영세사업장에는 노사합의를 전제로 주당 최대 8시간 특별연장 근로를 허용하는 등 연착륙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4차 산업혁명이라는 시대적 변화를 선도하고 양극화라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려면 노동유연성을 위한 법체계 개선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주요 노동정책들을 개별적으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사회적 대화를 통해 한 테이블에서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기중앙회는 이날 롤랜드버거의 발표 내용을 토대로 정책제언서를 중소벤처기업부, 고용노동부, 국회 여야대표와 환경노동위원회 등에 전달할 예정이다. 롤랜드버거는 1967년 설립된 유럽 최대 규모의 독일 컨설팅회사로, 국내에서는 지난 2016년 삼성전자가 미국의 전장전문기업인 하만 인수시 컨설팅을 수행한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박성택 중기업중앙회 회장은 이날 보고회 인사말에서 “우리 사회가 노동시간 단축,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갈등을 빚고 있다”며 “새 정부의 정책 방향에는 동의하지만 인력 수급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 정책이 연착륙할 수 있도록 정책제언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박순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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