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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정용진의 상생경영’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

등록 2018-01-28 10:17수정 2018-01-28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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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지난해 8월24일 오전 스타필드 고양에서 최성 고양시장을 비롯한 내빈들에게 스타필드 고양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모습. 신세계 제공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지난해 8월24일 오전 스타필드 고양에서 최성 고양시장을 비롯한 내빈들에게 스타필드 고양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모습. 신세계 제공

“대통령께서 상생을 위해 노력하는 신세계 같은 대기업을 격려해주십시오.”

지난 16일 청와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중소기업인의 간담회에서는 보기 드문 일이 일어났다. 한 중소기업 대표가 갑자기 재벌을 칭찬해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지난해 말 이마트 직원식당 3곳의 운영을 계열사인 신세계푸드에서 중소기업인 엘에스씨푸드로 바꾸는 상생경영을 실천했다. 국내 단체급식 시장이 재벌과 중견기업 서너곳에 의해 지배되면서 4500여개 중소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실에서 ‘가뭄 끝에 단비’와도 같았다. 더구나 정부가 요청한 일도 아니었다. 신세계 홍보실도 모를 정도로 ‘조용히’ 이뤄졌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했던가. 정 부회장은 간담회 뒤 중소기업 대표에게 문자를 보냈다. “추가로 20개 직원식당을 개방할 계획입니다.” 또 이마트는 올해부터 직원 근로시간을 하루 8시간에서 7시간으로 줄였다. 노조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을 줄이려는 술수라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지만, 회사 쪽은 근로시간 단축에도 불구하고 올해 총 인건비를 지난해보다 더 늘릴 것이라며 펄쩍 뛴다.

최근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다. 문재인 정부가 내건 소득주도성장과 양극화 개선이라는 원래 취지보다 (경제적 약자인) 중소상공인과 저소득 노동자 간 갈등만이 더 부각됐다. 중소상공인의 경영난과 고용감소 우려를 앞세운 보수세력의 흔들기 탓이 크지만, 정부의 프레임 설정이 미숙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의 한 고위인사는 “최저임금 인상이 (경제적 강자인) 대기업의 부담으로 연결되도록 프레임을 짰어야 했다”고 아쉬워했다. 참여연대도 “본질은 대·중소기업 간 불공정 거래, 재벌과 가맹본사의 과도한 성과 독점에 있다”고 지적했다. 만약 다수의 재벌이 ‘정용진식 상생경영’에 동참했다면 상황은 어땠을까? 재벌이 누리는 과실이 자연스럽게 아래로 확산되면서 최저임금 인상을 통해 중소상공인과 저소득 근로자가 모두 윈윈할 수 있는 길이 좀더 쉽게 열리지 않았을까?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연말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건배사로 ‘우보천리’(소걸음으로 천리를 간다는 뜻)를 외쳤다. 지속 가능하고 예측 가능한 정책을 통해 세상을 조금씩 누적적으로 바꿔, 결코 과거로 되돌아갈 수 없는 불가역적인 변화를 만들겠다는 뜻이다. 지난해 김 위원장은 재벌개혁을 ‘몰아치기식’으로 하지 않을 테니 재벌 스스로 변화의 노력을 기울여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인데 대다수 재벌은 침묵했다. 일부는 일자리 창출, 상생,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내놨지만 국민의 기대 수준에는 못 미쳤다. 공정위는 올해 총수일가 일감 몰아주기 등 그동안 미뤄왔던 재벌개혁을 위한 제도개선에 주력할 계획이다. 대부분 국정과제에 포함된 내용이다. 하지만 시장에선 예상보다 강도가 세다는 반응이다. 만약 정용진처럼, 아니 그 이상으로 재벌 스스로 진정성 있게 변화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어땠을까? 정부가 재벌개혁을 좀더 유연하게 추진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국민은 힘든 상황에서도 인내심을 갖고 새 정부의 개혁을 지지하고 있다. 하지만 미래의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면 인내도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관건은 국민이 개혁 성과를 피부로 느낄 수 있느냐다. 재벌이 계속 버티기로 일관한다면, 정부로서는 개혁의 강도를 높이거나 포기하는 선택의 갈림길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개혁의 강도를 높이면 재벌과 야당의 반발이 거세질 것이다. 반면 개혁을 포기하면 국민이 등을 돌릴 것이다. 모두 개혁의 성공 가능성이 불확실한 길이다. 하지만 재벌이 지금이라도 자발적 변화에 적극 나선다면 상황은 전혀 달라진다. 재벌은 국민의 신뢰와 존경을 바탕으로 지속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 정부는 개혁정책을 좀더 유연하게 추진할 수 있고, 노동계의 양보를 이끌어내는 것도 쉬워진다. 때맞춰 추진되는 새로운 노사정 사회적 대화의 성공 가능성도 한층 높아질 것이다.

곽정수 경제에디터석 산업팀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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