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제2차 개정협상이 지난 1월 31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리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에서 양국은 세탁기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발동 등 당면 통상이슈는 물론 상대방의 양보를 이끌어내기 위한 치밀한 협상전략 카드를 주고받았다.
양국 협상팀은 1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이틀째 열린 제2차 개정 협상 테이블에서 미국의 한국산 세탁기, 태양광 패널 세이프가드를 놓고 공방을 이어갔다. 유명희 통상교섭실장을 수석대표로 한 협상팀은 양국이 자발적으로 자유무역을 위한 협정을 체결했는데 국내 공장에서 만든 세탁기마저 세이프가드를 적용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강한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대미 무역수지 흑자가 지난해 179억7천만달러로 2016년(232억5천만달러)보다 대폭 줄어든 것은 물론 올해 1월에도 3억2천만달러 흑자로 지난해 1월(9억7천만달러)에 비해 크게 감소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미국산 제품 수입이 크게 늘면서 무역수지 불균형이 줄어들고 있는 만큼 반대급부로 미국이 세이프가드 철회·완화를 양보해야 한다고 요구한 것이다. 이날 저녁 협상이 끝난 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쌍방이 아주 치열하게 협상했다. 태양광·세탁기 세이프가드의 부당성을 강하게 지적했다”며 “쌍방 모두 가급적 빨리 협상을 타결짓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지만 아직 2차 협상이고 더 많이 협상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아울러 임박한 미국의 또 다른 무역구제 조처인 한국산 철강 수입규제와 관련해 ‘한국산 제외’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조만간 세탁기에 이어 철강에 대해서도 수입규제 발동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우리 쪽은 “한국은 미국의 안보 동맹국으로 한국산 철강 수입이 미국 안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주장을 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우리 정부의 정책주권과 관련해 투자자-국가 분쟁해결제도(ISDS)의 경우 미국 행정부가 가진 제소 재량권을 제한하는 쪽으로 개선해 협정문에 반영·개정하자고 요구했다.
반면 마이클 비먼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보가 이끄는 미국 협상팀은 미국산 수입 자동차에 대한 시장접근, 즉 안전·환경규제 등 각종 ‘비관세 장벽’의 철폐·해소를 주요 관심사항으로 요구했다.
한-미 협상팀은 양국 시장에서 이미 무관세인 자동차와 자동차부품의 관세 양허안 재조정 문제도 논의했다. 양국은 이날 협상에서 자동차, 반덤핑·세이프가드 등 무역구제, 투자자-국가 분쟁해결제도, 상품 관세양허안 등 3~4가지 분야별로 주제를 나눠 집중 논의를 벌였다. 무역구제 분야에서 우리는 미국의 반덤핑 관세율 산정 제도·관행을 강력하게 문제 삼았다. 상품 관세는 협정 발효 이후 6년차인 현재 관세가 아직 남아 있는 수백개 상품의 기존 양허안(철폐·인하) 스케줄을 재조정하는 안을 교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본부장은 “자동차 외 다른 상품의 관세에 대해서도 양국이 의견을 교환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007년 한-미 에프티에이 체결 협상 당시 미국 쪽 수석대표를 지낸 웬디 커틀러 전 미 무역대표부 부대표는 이날 한미경제연구소(KEI)가 주최한 ‘한-미 에프티에이 전망’ 토론회에서 “한국산 세탁기·태양광 패널에 대한 미국의 세이프가드가 협상을 더 복잡하게 만들고 먹구름을 드리울 수 있다”고 말했다.
조계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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