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해 6월 재벌의 자발적인 소유지배구조 개선 노력을 요청한 이후 6개월 동안 현대차, 에스케이, 엘지 등 10개 재벌이 순환출자 해소, 지주회사 전환, 일감몰아주기 해소 등의 개선 방안을 내놓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는 5일 이런 내용을 담은 ‘재벌의 소유지배구조 개선 사례’를 발표했다. 5대그룹 중에서는 현대차, 에스케이, 엘지, 롯데 등 4개가 개선안을 내놓았다. 6대그룹 이하에서는 현대중공업, 씨제이, 엘에스, 대림, 효성, 태광 등 6개가 개선안을 발표했다.
소유구조 개선에서는 롯데, 현대중, 대림이 올해 안에 순환출자를 완전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재벌의 후진적 소유구조의 상징처럼 여겨져온 순환출자는 삼성(7개), 현대차(4개), 농협(2개), 현대백화점(3개), 영풍(7개), 현대산업개발(4개) 등 27개만 남게 된다. 롯데와 효성은 지주회사 전환 방안을 발표했다.
엘지, 에스케이, 씨제이, 엘에스는 지주회사 구조 개선방안을 내놨다. 엘지와 엘에스는 각각 지주회사 체제 밖에 있는 계열사인 엘지상사와 가온전선을 지주회사 체제 안으로 편입시켰다. 에스케이와 엘에스는 지주회사 체제 밖의 계열사인 에스케이케미칼과 예스코를 지주회사로 전환했다.
대림과 태광은 총수일가 지분이 많고 계열사 간 내부거래 비중이 높아 공정거래법상 사익편취 규제 대상인 계열사의 총수일가 지분을 이미 처분했거나 처분하기로 했다. 대림은 총수일가 지분이 많은 켐텍에 대해 올해부터 신규 계열사 거래를 중단하고 기존 거래를 정리하기로 했다.
지배구조 개선에서는 에스케이그룹의 에스케이이노베이션과 ㈜에스케이가 전자투표제를 도입해 소수주주의 주총 참여를 활성화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글로비스,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4개사에 대해 올해부터 순차적으로 주주권익 보호담당 사외이사 후보를 국내외 일반주주로부터 공모해서 선임하기로 礫다.
김상조 위원장은 지난해 6월 4대그룹 간담회와 지난해 11월 5대그룹 간담회에서 지속적으로 재벌의 자발적인 소유지배구조 개선을 요청했다. 하지만 아직 재계 1위인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이 뇌물공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는 이유로 개선방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또 현대차는 주주 추천 사외이사 선임 방안을 내놨지만, 보다 강도 높은 지배구조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경제개혁연대는 “현대차그룹 계열사에는 여전히 (대주주나 경영진과) 이해관계가 있는 다수의 사외이사가 있어 이사회의 독립성 강화 방안이 필요하다”면서 “순환출자 해소, 현대글로비스 일감몰아주기, 지주회사 전환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는 것도 아쉽다”고 지적했다. 대림과 효성은 일감몰아주기 개선방안과 지주회사 전환 방안을 내놓은 시점이 공정위의 일감몰아주기 조사와 맞물려 있어 ‘보여주기용’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경제개혁연대의 강정민 연구원은 “재벌 스스로의 개선 노력은 긍정적이지만, 그룹별로 최선의 개선방안을 내놓았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라면서 “변화의 노력이 더디거나 미흡한 그룹에 대한 공정위의 대응방안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재계와의 소통을 통해 (재벌의) 자발적 변화가 더욱 확산되도록 촉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곽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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