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경제일반

“트럼프에 맞서, 미국산 쇠고기 보복관세 물려야”

등록 2018-02-11 15:36수정 2018-02-11 20:38

‘한·미 FTA 논객’ 송기호 변호사 인터뷰

미, 전례없는 반자유무역 공세
행동으로 응수해 균형 잡아야
통상관료 말끝마다 붙이는 ‘국익’
무엇을 위한 건지 따져볼 때
무역수지에만 집착 말고
환경·안전 등 ‘통상인권’ 고려해야
송기호 수륜아시아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한겨레 자료
송기호 수륜아시아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한겨레 자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에서 이른바 ‘국익’이 누구를 또 무엇을 위한 것인지 찬찬히 따져보고, 특히 (세탁기 세이프가드 공세에 맞서) 미국산 수입쇠고기에 대한 보복관세 부과를 우리가 행동으로 실행해 미국과의 통상질서를 바로 세워야한다.”

지난 6일 서울 송파구 가락동에 있는 수륜아시아법률사무소에서 <한겨레>와 만난 송기호(55·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국제통상위원장) 대표변호사는 인터뷰 들머리에서부터 “도대체 통상관료들이 말끝마다 붙이는 ‘국익’이란 무엇이냐?”고 되물었다. “2007년 한-미 에프티에이 타결 직후 협상 공무원들은 국익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했고, 개정협상에서도 같은 말을 되풀이하고 있다. 여기서 ‘국익’은 공무원 자신들이 내린 관점이고 개념일 뿐이다. 어느 기업·산업의 수출물량이 증가했느냐를 보고 그에 따른 무역수지 중심으로 국익을 평가해온 것이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폐기·개정 요구를 자초하고 말았다.” ‘금전적 국익’에만 집착한 탓에 우리 통상당국 스스로 무역수지 불균형이라는 딜레마에 봉착하고 말았다는 얘기다.

문제는 ‘국익의 구성’이다. “모든 자유무역협정을 평가하는 잣대로 쓰이는 국익 범주에는 수출입·무역수지 등 경제적 숫자 못지 않게 환경·안전 등 사회적 가치, 그리고 농업 등 사회적 취약집단·계층에 차별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종합적으로 포함돼야 한다.” 한-미 에프티에이 체결 당시부터 각종 불평등 독소조항을 폭로하며 협정을 집요하게 비판해온 송 변호사는 ‘차분한 에프티에이 논객‘으로 불린다. “세계무역기구(WTO)라는 다자무역체제가 있는데도 양자 자유무역협정을 맺는 이유는 양 당사국이 서로 고유하고 특별한 (사회·경제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다. 수출입 무역수지만 보는 건 (자유무역이라기보다는) 중상주의 무역이다.“

그는 이어, 협정의 가치는 단순히 수출입 물량만으로 치환될 수 없다고 말했다. “협정으로 우리나라의 대미 자동차수출이 늘어났다고 하자. 그런데 협정문 2.12조는 배기량에 기초한 기존 자동차 세제를 바꾸지 못하게 규정하고 있다. 우리 정부의 저탄소경제 지원정책을 제약하고 있는 것인데, 이럴 경우 협정에서 과연 ‘국익’과 ‘가치’가 온전하게 대변되고 있다고 할 수 있겠는가?” 시민건강·환경권도 국익의 중요한 구성 요소이며, 이런 ‘가치’를 이번 개정협상에서 주요 의제로 제기해야 한다는 얘기다. “협정 발효 이후 6년간 대미 수출이 늘었다하지만 농업과 소비자 안전·환경에 어떤 영향이 있었는지 객관적인 평가가 내려졌다면 양국의 개정협상 판도는 지금과는 꽤 달라졌을 것이다.”

지난 1월 5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FTA 개정 제1차 협상 장면. 산업부 제공
지난 1월 5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FTA 개정 제1차 협상 장면. 산업부 제공
통상조약 관련 법률은 협정 이행 5년차 이후에는 반드시 이행평가보고서를 작성해 협정의 영향·효과에 대한 정보를 국민들에게 알려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발효 6년차 진입이 임박한 아직까지도 이행평가보고서를 내놓지 않고 있다. “발효 이후 해마다 3월이면 정부가 대미 무역수지가 개선됐다고 홍보하더니 트럼프의 폐기·개정 요구가 터져나오자 이젠 말을 바꿔 ‘협정 자체가 양국 무역수지에 미친 영향은 미미했다’고 말한다. 제대로 된 평가라고 할 수 없다. 미국과의 협정에서 과연 어떤 가치를 실현할 것인지를 놓고 시민들의 요구를 수렴·반영해야 한다.” 무엇이 국익인지도, 협상결과가 국익에 부합하는지에 대한 판단도 공무원 스스로 결정하는 현실에서 ‘국민 참여에 기반한 통상’은 실종됐다는 얘기다.

송 변호사는 “통상에 대한 ‘인권평가’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협정문의 투자자-국가 분쟁해결제도(ISDS) 개선도 필요하지만, 그 조항 때문에 우리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그동안 정책주권을 잃고 실행하지 못했던 것들이 무엇인지 이행평가보고서에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는 뜻이다. “애초부터 협정을 한·미 안보동맹 차원에서 보는 시각도 있었다. 과연 협정이 지난 6년간 안보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단순한 인상적 평가말고 사실과 근거에 입각해 제시해야 한다.”

그는 우리가 일시적으로 트럼프의 구미에 맞는 몇 가지를 던져준다해도 미국은 반덤핑·세이프가드 등 수입규제를 스스로 시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국제통상 역사에서 전례가 없는 ‘무역수지 불균형 해소’라는 트럼프의 반자유무역적 발상에 우리도 미국산 수입쇠고기(협정상 현재 관세율 25%)에 대한 보복관세 부과 카드로 맞서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행동 변화를 이끌어내려면 강력한 보복관세 대응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미국산 쇠고기 보복은 2013년 한·미 세탁기 반덤핑 분쟁사건에서 미국이 패소했음에도 반덤핑관세 부과를 여전히 철회하지 않는데 대한 응수의 의미를 갖지만, 지금 개정협상에서 상호 균형을 이루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송 변호사는 오는 3월에 시작될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서비스·투자 후속협상과 관련해 “사드 보복을 보면, 자유무역협정이 그토록 무기력할 수 없었다”며 “통상정책에서 기존처럼 양자 자유무역협정 일변도는 안된다. 한국같은 소규모 개방경제는 안정적이고 개방적이고 다자주의적인 틀이 유익하다”고 말했다. 또 한-중 에프티에이 후속협상에서 중국발 미세먼지 문제를 “통상에서의 건강·인권 차원에서 주요 의제로 다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중 협정문 16.5조에 ‘환경’ 대목이 있지만 실효성 없는 선언적 약속에 불과하다. 우리의 환경적 가치와 건강권을 중국에 지속적으로 요구·반영하는 구조를 이번에 만들어야 한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1.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2.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3.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4.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5.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