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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한국이 맺은 15개 FTA, 또 다른 후속 싸움은 ‘원산지 기준’

등록 2018-02-17 15:27

미국, 개정협상서 자동차·철강 원산지 집중 제기
한미FTA 자동차 역내 부가가치, 철강은 세번변경기준
“FTA 파트너임에도 원산지 증명 까다롭게 요구해 이행 갈등”
한국 15개 FTA 수출활용률 평균 65%, 중국수출은 41% 불과
지난 1월 31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미FTA 제2차 개정협상 장면. 산업부 제공
지난 1월 31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미FTA 제2차 개정협상 장면. 산업부 제공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에서 ‘자동차 원산지’ 쟁점을 놓고 양국이 공방을 거듭하고 있다. 이번 협상은 모든 양자 자유무역협정에서 협정의 실제 효과와 관련해 관세철폐 못지 않게 ‘원산지 기준 및 증명’이 또 다른 주요 쟁점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우리가 전세계 52개국과 총 15개의 자유무역협정을 맺었지만, 협정체결국으로의 상품 총수출액 중에 실제로 관세철폐·인하혜택을 보며 수출한 제품 비중인 ‘FTA 활용률’은 평균 65.9%(2017년 상반기)에 그친다.

한-미 FTA 협정문은 각 품목별 양허안(관세철폐·인하)뿐 아니라 해당 품목이 협정을 체결한 두 당사국 안에서 생산된 것임을 입증하는 원산지 인정기준도 부속서에 함께 명시하고 있다. 수출기업은 수입국 세관당국과 수입 바이어한테 원산지 인증(CO) 서류를 제출하고 승인받아야만 양국 협정상의 특혜관세를 실제로 적용받을 수 있다. 원산지 결정·인정 기준은 세번변경기준, 역내부가가치비율 기준, 특정공정기준 등 크게 3가지가 있다. 세번변경은 비원산지 재료를 사용한 경우 가공·생산과정에서 해당 품목의 성질이 바뀌어 HS품목분류코드번호(세번)상 2·4·6단위에 걸쳐 변경이 이뤄지면 협정체결국에서 생산된 제품으로 인정해준다. 양국 역내에서 직접 창출된 부가가치의 비율로 원산지를 판단하기도 하고, 재단·봉제 등 섬유류는 특정 공정기준을 적용한다. 일반적으로는 이 세가지 기준을 단독적으로 혹은 선택·조합해 적용해 제품의 실질적 변형, 즉 원산지 충족 여부를 따진다.

한-미 FTA에서 자동차의 원산지 증명은 역내 부가가치기준으로 돼 있다. 중간재·원재료·부품을 가공해 완성차로 바뀐 경우 역내에서 생산된 부가가치 비중이 집적법 또는 순원가법으로는 35% 이상, 공제법으로는 55% 이상이어야 한다는 조건이다. 이에 더해 미국 협상팀은 이번 개정협상에서 미국으로 수출하는 한국공장 생산 차량의 경우 미국산 부품을 일정비율 이상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원산지 조건을 새로 추가하자고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른바 ‘미국 우선주의’가 자동차 원산지에 그대로 적용되고 있는 셈으로, ‘역내’(한국 및 미국) 부가가치 기준을 넘어 미국산을 장착해야만 한-미 FTA에 따른 무관세 수입을 허용하겠다는 뜻이다. 박형민 산업통상자원부 FTA활용촉진과장은 “두 당사국이 자발적으로 무역파트너가 돼 자유무역협정을 맺었음에도 상대국에 원산지 증명을 까다롭게 요구하면서 양국 사이에 협정 이행 이슈를 놓고 갈등하는 일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미국은 개정협상에서 철강에 대해서도 원산지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값싼 중국산 수입철강이 한국의 철강제품에 혼합돼 있으므로 한국산 원산지로 인정해 한미FTA 특혜관세를 적용해주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한미FTA 협정문 부속서에서 철강 원산지는 역내 부가가치기준이 아니라 원재료로부터 가공돼 다른 물품으로 변경되는 세번변경조건으로 돼 있다. 즉 중국산이 섞이더라도 세번변경이 이뤄지면 원산지 충족이 되는데도 까다롭게 중국산 혼합을 문제로 제기하며 ‘원산지 태클’을 걸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가 맺은 15개 자유무역협정별 FTA활용률(수출)을 보면 평균 65.9%(2017년 상반기)다. 캐나다(93.8%)·유럽연합(85.0%)·미국(82.6%)·호주(80.1%)·칠레(78.4%)가 높은 편이고, 중국(41.8%)·베트남(35.6%)·아세안(44.6%) 등은 낮다. 수출활용률은 각 협정상 특혜관세(무관세 품목은 제외)를 적용받을 수 있는 대상품목의 총 수출액 가운데 수출신고서상 원산지 증명서를 발급·인증받아 실제로 관세특혜를 적용받아 수출한 금액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박형민 과장은 “개도국은 원산지 증명 전자문서를 인정해주지 않거나 10여종이 넘는 각종 원산지 소명·증빙 관련 서류에 도장이 찍혀 있지 않으면 효력을 문제 삼기도 한다”며 “사실 모든 자유무역협정은 발효 이후에는 원산지 증명이라는 또 다른 싸움이 수출기업에 후속 과제로 이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특히 15개 FTA에서 중소기업의 수출활용률은 57.8%(2017년 9월)에 그친다. 까다로운 원산지 증명에 투입할 인력·예산 부족이 원인으로 꼽힌다. 원산지 증명서는 대한상공회의소 무역인증서비스센터와 관세청 유니패스에서 발급하고 있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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