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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미·중 대체시장 떠오른 동남아···대기업·정부 ‘남방 전략’

등록 2018-03-01 19:29수정 2018-03-02 08:49

트럼프·사드보복 등으로 수출차질
미·중 줄어든 몫 아세안에서 벌충
수출대기업 동남아로 좌표 이동
SK·GS, 현지에서 사장단 회의
지사·설비 증설 나서는 기업도
새 정부 출범하면서 ‘신남방정책’
수출기지축 남방으로 옮기는 중
아시아 16개국 동반자협정 추진
지난1월31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미 자유무역협정 개정을 위한 2차 협상에서 참석자들이 협상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지난1월31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미 자유무역협정 개정을 위한 2차 협상에서 참석자들이 협상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반덤핑, 세이프가드, 무역확장법 232조를 위시한 잇따른 트럼프발 관세 폭탄과 사드 경제 보복 등 미국과 중국에서 불어닥친 ‘한국산 수입규제 파고’를 우회하는 길로, 수출 대기업들이 일제히 동남아 방향을 응시하고 있다. ‘미·중 대체시장’으로 떠오른 동남아는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 통상정책’ 기조와 맞물려 무역 규모가 급속히 커지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총수출(5736억달러)에서 미국과 중국의 비중은 각각 12.0%, 24.8%다. 2015년보다 각각 1.3%포인트, 1.2%포인트 줄었다. 미국 시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공세로 현지 공장 설립·가동이 늘면서 세관 통관 기준 최종재 수출물량은 줄어들고 현지 공장에서 쓸 부품·중간재 수출 위주로 교역 패턴이 바뀌고 있다. 반면, 우리 수출에서 베트남·싱가포르·말레이시아·필리핀 등 아세안 시장(10개국) 비중은 지난해 16.6%로 2년 전에 견줘 2.4%포인트 늘었다. 미국과 중국 시장에서 줄어든 몫이 고스란히 아세안으로 옮겨가는 새로운 수출 지형의 등장인 셈이다.

수출 주력기업 총수들의 최근 잇따른 ‘동남아 현지 글로벌 전략회의’도 이목을 끈다. 최태원 에스케이(SK) 회장은 지난 22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현지에서 이노베이션·텔레콤·가스사업 계열사 사장들이 모인 가운데 글로벌 전략회의를 열었다. 에스케이 쪽은 “매년 5% 넘는 성장률을 기록 중인 동남아 신흥국에서 다양한 사업기회를 찾고 중장기 성장 방안을 모색한 자리였다”고 말했다.

에스케이는 그룹 본사에 의지하지 않고 독자적 자원·역량으로 동남아 전략사업을 책임지고 전담할 지역본부(RHO) 설립 방안도 논의했다. 최 회장은 지난해 11월에도 베트남·싱가포르를 방문해 ‘동남아 글로벌 파트너링’에 나섰다. 에스케이는 지난해 그룹 총매출(139조원) 대비 수출(75조4천억원) 비중이 54.2%로 역대 최고를 기록하는 등 내수에서 수출기업으로 급속히 전환하면서 미·중을 위시한 ‘수입규제 공세로부터의 탈출’이 당면 과제로 대두하고 있다.

석유제품·발전 등 에너지 쪽 수출 주력기업인 지에스(GS)도 미·중을 피해 동남아 쪽으로 시동을 걸고 있다. 허창수 지에스 회장은 지난해 11월 전세계 구매력 3위 시장인 인도 뉴델리에서 그룹사장단 회의를 열었다. 재계 관계자는 “대기업의 수출전략기획 부서마다 ‘트럼프의 통상압박 공세는 견뎌내고 기다리면 지나갈 일회성 폭풍이 아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기존 선진시장을 중심으로 보호무역이 하나의 흐름으로 등장했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며 “수출 의존도가 높고, 미·중에서 수입규제 품목으로 자주 지목되는 사업을 영위하는 그룹을 중심으로 동남아 신흥시장으로 수출 축을 이동시키려는 흐름이 있다”고 말했다.
 
 

엘지(LG)하우시스·롯데케미칼·현대일렉트릭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타이·베트남·말레이시아에 현지 지사를 새로 설립하거나 기존 생산설비를 증설해 전력·건축자재·화학제품 시장공략에 나서고 있다. 미국의 세이프가드·반덤핑관세 등 보호무역 기세가 갈수록 맹렬해지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 1월 미국 상무부로부터 태양광 세이프가드 수입규제를 당한 한화큐셀 관계자는 “미국에서 파는 것과 동남아에 수출하는 태양광 패널이 달라 동남아가 미국 시장을 대체하기는 어렵다”며 “그래도 말레이시아 현지 공장 등 동남아 각국에서 태양광 매출이 조금씩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5월 출범 직후부터 미국 및 중국발 통상 압박에 직면해온 통상당국도 수출기지 축을 남방으로 옮기는 쪽으로 이미 통상전략을 짜고 실행에 옮기고 있다. 미·중 수출의존도를 줄이고 아세안 쪽 수출 루트를 강화하는 이른바 ‘신남방 통상정책’이다. 아세안 등 남방과의 교역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신통상질서전략실’을 통상교섭본부 안에 신설하는 내용의 통상조직 개편도 추진 중이다. 특히 우리 정부는 아세안 10개국과 한·중·일·오스트레일리아·뉴질랜드·인도 등 총 16개국이 참여하는 메가 자유무역협정(FTA)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아르셉)의 올해 안 타결을 앞장서 추진 중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아르셉은 우리 신남방 통상정책의 거점으로 교역·투자 다변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협정”이라고 말했다.

물론 주력 수출기업들의 ‘동남아 방향’ 수출궤도 전환은 시장 다변화가 목적이다. 그러나 미·중 등 거대 통상국가의 ‘힘의 논리’가 철저하게 지배·관철되는 무역통상질서에서 안전지대를 찾아나서야 하는 ‘수출의존도 주요 20개국(G20) 1위 한국 경제’의 그늘을 보여준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산 제품에 대한 부당한 무역보복에 맞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로 대응할 수도 있지만 최종 결론이 나오기까지 수년이 걸리고 비록 소송에서 이긴다 해도 강대국이 결과를 이행하지 않으면 그만인 게 국제통상의 현실 세계다. ‘최선의 대응’으로서 동남아행은 이런 냉혹한 질서를 씁쓸하게 반영하고 있다는 얘기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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