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올해는 매월 최소 1곳 이상 재벌의 총수일가 사익편취와 부당지원에 대한 조사와 제재를 하는 등 재벌개혁의 고삐를 죈다.
공정위 고위 관계자는 4일 “공정위가 지난해에는 대기업의 중소사업자에 대한 갑질을 근절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면, 올해는 갑질 근절과 함께 재벌개혁에도 중점을 둘 것”이라며 “재벌 총수일가 사익편취와 부당지원에 대한 조사나 제재가 매달 최소 1곳 이상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미 이런 계획이 실행되고 있다”며 “1월 하이트진로 제재와 금호아시아나 조사, 2월 아모레퍼시픽 조사에 이어 3월에는 효성에 대한 제재가 이뤄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효성 사건은 파생금융상품의 일종인 총수익스와프(TRS) 거래를 이용한 재벌의 부당지원 사례로는 첫 제재인데다, 조석래 전 회장과 조현준 회장 부자가 직접 관여한 혐의가 드러나 공정위 사무처가 검찰 고발 의견을 제시해 결과가 주목된다. 효성투자개발은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조현준 회장 개인회사)가 발행한 전환사채를 인수한 투자목적회사와 총수익스와프 계약을 맺고, 전환사채에 대한 고정이자를 지급하는 대신 향후 발생하는 이익이나 손실을 모두 취하기로 하고, 담보까지 제공해 부당지원 혐의를 받고 있다. 앞으로 공정위 제재와 법원 판단에 따라 재벌이 최근 계열사 간 거래에서 활용하는 총수익스와프 거래 관행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공정위 기업집단국은 올해 조사 및 제재 계획을 이미 수립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해 6월 김상조 위원장의 취임 이후 재벌 총수일가 사익편취 조사가 하림·대림·미래에셋 등 3곳에 그치고 제재는 한번도 없었던 것과 대조를 이룬다. 공정위 계획대로라면 올해 총수일가 사익편취 또는 부당지원 혐의로 조사받는 재벌이 10곳을 넘을 가능성이 높다. 공정위가 이미 조사에 착수한 재벌 가운데 올해 제재 절차에 들어갈 곳이 많지 않아 신규 조사에 무게중심이 쏠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상조 위원장은 지난해 7월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2016년 재벌 내부거래 실태점검에서 두자릿수 이상(10곳 이상) 재벌의 총수일가 사익편취 혐의가 포착됐다”고 밝힌 바 있다.
공정위가 재벌개혁의 고삐를 죄는 것은 김상조 위원장이 지난해 말로 제시한 재벌의 자발적 개혁 시한이 지났는데도 개혁안을 내놓은 재벌이 10곳에 그치고, 개혁안 내용도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려운 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 그동안 김 위원장을 적극 지지해온 참여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경제개혁연대 등 개혁적 시민단체들도 재벌개혁 강화를 요청하고 있다.
하지만 공정위 고위 관계자는 “재벌의 자발적 변화가 더욱 확산되도록 촉구하는 노력은 지속적으로 할 것”이라며 “4월에 대기업 간담회를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김 위원장이 과거 정권처럼 몰아치기식 재벌개혁은 성공할 수 없고, 지속적으로 일관되고 예측 가능한 개혁을 통해 조금씩 누적적으로 변화를 이끌어내 과거로 후퇴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는 개혁 원칙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6월 4대 그룹, 11월 5대 그룹을 만난 데 이어 세번째로 간담회를 하게 된다. 4월 간담회는 김 위원장이 재벌의 자발적 개혁을 위한 2차 시한으로 제시한 3월말 직후 열린다는 점에서, 재벌의 자발적 개혁에 대한 중간평가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 신봉삼 기업집단국장은 “총수일가 사익편취 및 부당지원 조사와 자발적 개혁 유도 노력과 함께 공익법인·지주회사 실태조사처럼 꾸준한 실태 공개를 통해 (개혁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확보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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