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에 열린 ‘임팩트금융 국가자문위원회(NAB) 출범 기념 컨퍼런스’에서 ‘사회적경제 도매기금’을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크리스티나 토라 글로벌 임팩트금융 추진기구(GSG) 이사, 로즈마리 애디스 호주 임팩트금융 국가자문위원회(NAB) 의장, 우범기 기획재정부 장기전략국 국장, 김형미 아이쿱협동조합연구소 소장, 이덕준 디쓰리쥬빌리 대표, 김재구 명지대 교수.
사회적 경제 조직에겐 유난히 문턱이 높은 은행. 사회적기업가가 대출을 받으려면 개인보증을 서야하고, 장비구입 용도로는 사용할 수 없게 되어있는 사회적기업 지원금. 의료사회적협동조합이 수요가 많은 요양시설을 지으려 하도 자금을 빌리기 어렵고, 소셜벤처가 좋은 기회를 만나 규모를 키우려 해도 적절한 투자자를 찾기 어려운 현실.
사회적 경제 현장에서 익히 들어온 어려움이다. 사회적 가치와 재무적 가치를 동시에 고려해 투자하는 ‘임팩트금융’에 대한 요구가 커져온 이유이기도 하다. 국회와 정부에서 진행중인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 논의에서 사회적금융 육성이 핵심 중 하나였던 것도 이런 현실 때문이었다.
문재인 정부 들어 민간주도의 협치, 중앙보다는 지역기반 사회적경제 활성화가 강조되고 있다. 이제 임팩트금융을 통해 사회적경제를 꽃 피울 때이다. 정부의 지원과 연계된 인증제 (사회적기업 인증 등) 만으론 ‘의존성’이라는 문제를 해결할 수가 없다. 경제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공정거래법 정비 등의 개혁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는 현재나 과거의 문제를 고치는 정도에 그칠 뿐이다. 미래의 성장을 위해서는 자본시장을 개혁해 금융의 힘으로 혁신을 이끌어 갈 필요가 있다.
임팩트금융을 통해 사회혁신을 꿈꿔온 민간 조직은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 10여년 전부터 서민들을 위한 소액대출(마이크로 크레딧) 운동이 시작되었으며, 소셜벤처에 대한 지분투자가 일어났다. 사회적 가치에 대한 성과평가와 측정에 대한 노력들도 이어졌다. 임팩트채권을 통해 출소자들의 재범률을 낮추고, 교육, 보육, 주거시설 등을 개선하며 지역재생을 일구는 해외 사례들이 소개됐다. 이를 보고 정부도 관심을 가져왔고, 일부 지방정부에서는 실행에 들어가기도 했다.
그러나 사회적경제의 초기에는 임팩트금융의 생태계 구축은 잘 이뤄지지 않았다. 현장조직을 발굴, 육성하고 자금공급자와 연결하는 중간지원기관이 많지 않아서였다. 더구나 사회적경제를 제대로 모르는 일부의 공격과 정치공세도 있어 임팩트금융 육성 노력은 순탄하지 않았다. 안타까운 것은 세계적 흐름과 역주행을 해온 주류 금융권의 행태였다. 세계의 금융혁신을 선도하는 것은 소규모 전문성있는 금융벤처들이었다. 한국은 경쟁력을 높이기위해 대형화해야 한다는 논리 아래 금융기관들이 규제에 숨어 혁신을 거부하고 기득권에 안주하는 모습을 보였다. 사회적경제뿐만 아니라 한국경제를 위해서도 한국 금융은 혁신에 대한 무관심과 몰이해에서 벗어나야 한다. 금융 공기업이나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민간금융기관들은 이제부터라도 혁신을 북돋고 실패의 리스크를 분담하는 금융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여야 한다.
지난달 22일 마침내 한국의 임팩트금융 자문위원회(NAB: National Advisory Board)가 닻을 올렸다. 임팩트금융 지에잇(G8) 태스크포스 의장을 역임하고 빅소사이어티 캐피탈의 이사장인 로날드 코헨 경도 방한해 출범을 축하했다. 영국 보수당 당수 등 최고지도부의 요청으로 임팩트금융을 이끌어 온 코헨 경은 경제적 가치뿐만 아니라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 낸 노력들을 풍부한 사례를 들어 명료하게 보여줬다. 수익을 내면서 사회를 변화시키는 임팩트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을 ‘성과물’에 기반하여 보여주는 세계적 흐름을 강연과 질의응답을 통해 펼쳐보여준 것이다.
글로벌 임팩트금융 추진기구인 지에스지(GSG: Global Social Impact Investment Steering Group)에 회원국으로 가입한 한국 임팩트금융자문회의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참여시켰고, 금융전문성을 갖춘 풀을 갖추고 있다. 앞으로 민간주도로 사회적경제 도매기금을 설립하고 운영하는 것을 도울 것이다. 뒤돌아보면, 불과 몇년 전만 해도 한국의 벤처캐피탈들은 국제적 흐름과는 거리가 있는 것이 현실이었다. 글로벌 벤처캐피탈들은 기업가치 10억 달러의 ‘유니콘’을 발굴하고 키우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이와 달리 한국은 사고없이 무난하게 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식이었다. 이는 한국 벤처캐피탈들의 자금 원천 중 약 2/3가 정부자금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제 벤처업계에서도 새로운 사고를 하는 벤처캐피탈들이 나타나 활발하게 투자하고 있다. 사회적경제에서도 임팩트금융의 설립, 운영에서 글로벌 선진사례처럼 민간이 주도하여 생태계를 혁신하는 일이 일어나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하여 10억 달러짜리 기업을 만들 뿐 아니라, 10억 명의 삶을 변화시키는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 내는 ‘사회적 유니콘’들이 나오길 기대한다.
김재구 명지대 교수 (전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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