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아 수 추이
1990년대 후반 들어서며 저출산 ‘안전판’ 사라져
우리나라의 출생아 수가 30년 전의 절반도 안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베이비붐 세대’ 어머니들이 사라지면서 저출산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29일 통계청의 ‘출생아 수 감소요인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아 수는 47만6천명으로 1970년(100만6천명)의 47%에 그쳤다. 출생아 수는 71년 102만4천명을 정점으로 계속 줄어들었는데, 95년까지만 해도 70만명 수준을 유지했으나, 2000년 이후 지난해까지 4년 연속 큰 폭으로 줄고 있다. 인구 천명당 출생아 수를 뜻하는 조출생률이 지난해 처음으로 10명 아래(9.8명)로 떨어졌고, 출산율은 1.16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2위 체코 1.18명)이다.
출생아 수가 최근 큰폭으로 줄어드는 것은 아이를 낳지 않으려는 경향이 가장 큰 이유이나,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인구 자체가 주는 것도 중요한 원인으로 분석됐다. 이른바 ‘에코 세대’(베이비붐 세대의 자녀 세대)인 79~82년생들의 가임기가 끝나는 몇년 후에는 출생아 수가 지금보다 더 빠른 속도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의 베이비붐 세대는 대략 55~63년생, 68~74년생 등으로 분류된다. 초기 베이비붐 세대(55~59년생)들이 어머니군으로 등장함에 따라 ‘하나만 낳자’는 강력한 가족계획에도 불구하고 82년까지는 출생아 수가 80만명선 아래로 떨어지지 않았다. 이어 2차 베이비붐 세대들(60년대생)이 그 자리를 이어받아 95년까지는 저출산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출생아 수가 70만명을 웃돌았다. 그러나 90년대 후반부터 ‘베이비붐 어머니’들이 물러나면서 ‘저출산 안전판’도 같이 사라진 것이다. 주출산 연령층인 25~34살 여성인구는 99년 440만5천명을 정점으로 지난해 413만명으로 급감했다. 김동회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다른 나라의 경우, 베이비붐 세대가 부모가 될 무렵, 출생아 수가 다시 부쩍 늘어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인위적 가족계획으로 그런 현상이 없었다”며 “이것이 최근 저출산 속도를 더욱 빠르게 하는 원인”이라고 말했다. 여성의 평균초혼연령도 81년 23.2살에서 지난해 27.5살로 높아졌고, 주출산인구인 25~29살, 30~34살 여성 중 배우자가 있는 사람의 비율도 지난 70년 각각 88.4%, 94.6%에서 지난해 54.2%, 84.9%로 각각 낮아진 것도 저출산의 중요한 원인으로 떠올랐다.
권태호 기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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