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제3차 협상이 15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가운데, 지난해 대미 수출입액 지표에서 트럼프발 통상압박 충격이 뚜렷이 나타난 것으로 분석됐다. 발효 7년차가 되는 한-미 에프티에이에 대한 냉철한 재평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내놓은 대미 교역동향(한국통관 기준) 자료를 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미 교역액(수출입)은 1193억달러로 전년에 견줘 8.8% 늘었다. 그러나 이 증가율은 지난해 우리나라 총 교역액 증가율(16.7%)의 절반에 그친다. 2012년 3월15일 한-미 에프티에이 발효 뒤 대미 교역증가율은 총 교역증가율보다 항상 높았지만, 지난해 처음으로 뒤처졌다. 관세철폐·인하를 통한 양국 교역 확대라는 자유무역협정 효과가 퇴색 중이라는 사실이 수치로 확인된 셈이다.
수출의 경우 대미 수출 상위품목인 자동차(-6.4%)·무선통신기기(-17.4%)·자동차부품(-16.1%) 등에서 급감하면서 지난해 대미 수출증가율(3.2%)이 총 수출증가율(15.8%)보다 낮아졌다. 한국산 제품의 지난해 미국시장 점유율(3.0%) 역시 발효 이후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반면 지난해 미국산 제품 수입은 쇠고기·명태 등을 중심으로 17.4%나 급증해 대세계 수입증가율(17.8%)과 엇비슷해졌다. 지난해 대미 상품수지 흑자(179억달러)는 전년보다 23.2%나 줄었다.
특히 미국 현지 투자는 급증세다. 지난해 152억9천만달러(송금 기준)로 전년 대비 18.5% 증가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2012~2017년 연평균 대미 투자액(87억5천만달러)의 거의 두 배에 이른다. ‘트럼프 충격’으로 대미 수출길이 막히자 현지 투자가 늘고, 국내 일자리를 미국 현지에 빼앗기고 있는 셈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전체 무역수지 흑자 가운데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4년 53.0%에서 지난해 18.8%로 하락해 최근 10년새 최저를 기록했다.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 상위 10개국 중 한국(229억달러·미국 통계)이 가장 큰폭(전년대비 -48억달러)으로 감소했다. 이 때문에 최근 진행 중인 한-미 에프티에이 개정협상을 맞아 협정의 성과와 장래를 놓고 냉철한 재평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평가에는 무역수지뿐만 아니라 협정으로 인한 각종 국내 정책·제도의 변화가 공공성 및 인권에 미친 영향도 포함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통상교섭본부는 이날 한-미 에프티에이 개정 제3차 협상이 15일(현지시각) 워싱턴에서 열린다며 “협상의 진전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수입산 철강 25% 관세 효력발생일(23일)을 코앞에 두고 열리는 이번 협상은 ‘한국산 철강 제외 또는 한국산 특정품목 예외’를 놓고 양국이 치열한 공방을 벌이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협상에서 양국 사이 ‘실질적 진전’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개정협상의 장래도 불투명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철강관세 타협’ 과정에서 자동차 등 다른 품목을 둘러싼 양국 사이의 양보안 주고받기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