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뇌물사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경제개혁연대가 삼성 뇌물사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상고심에서는 경영권 승계를 위해 뇌물을 제공한 혐의가 인정되어 형량이 가중될 수 있다면서, 집행유예 대신 실형이 선고될 가능성을 예고했다.
경제개혁연대(소장 김우찬 고려대 교수)는 20일 ‘이재용 판결의 전망과 과제’(작성 이상훈·김도희 변호사) 보고서에서 “지난 2월 삼성 뇌물사건 항소심 재판부가 승계 현안이나 승계작업이 없었고, 이를 위한 묵시적 청탁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은 이 부회장이 삼성에 대한 지배력을 아직 확보하지 못했고, 개별 현안들이 모두 승계작업의 일환이라는 점을 간과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 부회장은 승계를 위해 자신이 가진 제일모직(현 삼성물산·25.1%)과 삼성에스디에스(11.25%) 지분을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으로 전환해야 할 과제가 있었고, 2014년 5월 이 회장이 갑자기 쓰러지면서 불안정한 지배구조를 안전하게 이어받아야 할 상황이었다”면서 “항소심 재판부가 제대로 봤다면 삼성의 가장 큰 과제가 경영권 승계 현안이었음을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삼성의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경우 이 회장 부자의 직접지분은 각각 3.38%와 0.57%에 불과해서 삼성생명 등 금융계열사를 매개로 한 간접적인 방법으로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불안정한 상태에 있다.
보고서는 삼성의 개별현안과 관련해 “이 부회장은 자신이 지분을 보유한 제일모직과 삼성전자의 주식을 보유한 삼성물산을 합병하면서 합병비율을 제일모직에 유리하게 가져가는 것이 삼성전자 지분을 더 많이 확보하는 것이었다”면서 “(삼성물산 합병에 따른 신규 순환출자 고리 해소와 관련해서도) 삼성물산 지배력 확보를 위해 공정위에 삼성물산 처분물량의 최소화를 위한 로비를 할 유인이 있었다”고 분석했다.
또 보고서는 “삼성의 고질적인 지배구조 문제는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주식 보유가 해결되지 않은 것”이라면서 “삼성생명이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하면 추가자금 투입 없이 이 부회장의 지배력 강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삼성에 우호적인 박근혜 정부에서 전환 계획에 대한 금융위의 승인을 추진할 유인이 있었고, 이 부회장 입장에서 가장 효과적인 중간금융지주회사 도입이 필요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경영권 승계 현안의 존재 여부는 법상 뇌물·청탁의 범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 상고심에서 중요 쟁점이 될 것”이라면서 “이 부회장의 승계작업은 단순한 지배권 확보뿐만 아니라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현재의 불안정한 지배구조를 보다 안정적으로 만드는 것임을 항소심 재판부가 간과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상고심에서 개별현안의 배경과 의미 등을 종합하면 이 부회장으로의 경영권 승계현안과 승계작업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항소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제3자 뇌물죄도 유죄로 나올 수 있고, 뇌물 공여도 적극적 공여자의 지위로 바뀌게 되어 파기환송심 판결에서 형량이 가중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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