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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실내골프·옥상공연 “회사서 다~”…청년 몰리는 워라밸 중소기업

등록 2018-03-22 18:16수정 2018-03-22 21:47

| 청년친화 강소기업 3곳 가보니 |
수평적 문화·매력적 복지로 ‘취향저격’

35살 이하 젊은 직원이 절반 넘는 ‘에이치케이’
자유로운 소통 중시 ‘데브그루’는 탄력근무제
인사·복지 직원이 결정 ‘휴먼스온’…낮잠도 자유
휴먼스온 직원 휴게실.
휴먼스온 직원 휴게실.
경기 화성 양감면의 한갓진 시골마을에 자리잡은 ㈜에이치케이(HK)는 국내 레이저가공기 시장에서 점유율 70%로 독보적 1위 기업이다. 미국을 비롯한 4곳에 지사를 두고 전세계 40개국에 딜러망을 구축해 세계시장에서도 3%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일본 마쓰시다, 독일 지멘스 등 외국 유수업체들이 기술제휴를 맺을만큼 설계기술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 놀랍게도 임직원 수가 126명에 불과한 중소기업이다.

에이치케이는 1990년 설립해 중소기업으로서는 중년의 나이에 접어들었지만 임직원 연령구성을 보면 젊은 기업이다. 전체 직원 가운데 35살 이하 청년층이 71명으로 56%다. 회사 위치의 지리적 단점에도 청년들이 많은 것은 그만큼 매력적인 근무조건을 제공한다는 방증이다. 회사에는 기숙사와 식당, 휴게실 등을 갖춰 외부로 나가지 않고도 하루 일과의 거의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 실내골프연습장과 풋살경기장, 휘트니스센터에는 매일 점심을 마치고 틈을 낸 직원들로 가득차고, 옥상은 공원처럼 꾸며 뒷동산을 배경으로 야외공연이나 파티를 열 수 있도록 배려했다. 계명재 에이치케이 대표는 “젊은 구성원들이 즐겁고 행복하게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경영목표”라고 한다.

데브그루 사무실.
데브그루 사무실.
높은 수준의 임금과 복리후생에도 에이치케이 또한 고급 기술인력 확보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계명재 대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신규 인력 유치보다는 기존 구성원들의 능력을 높이기 위한 교육과 자기계발 지원을 더 강화하고 회사 당기순이익의 30%를 직원과 나누는 이익공유제를 지난해부터 시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에이치케이는 학업이나 출산·육아 등에 따른 직원들의 경력단절 또는 퇴사를 막기 위해 올해부터는 선택적 근무시간제도 도입했다. 근무시간 총량은 회사에서 정하지만 출근과 퇴근 시간은 각 부서 단위에서 직원 개인의 사정에 따라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제도다.

유연하고 탄력적인 근무시스템은 직원에 대한 신뢰와 창의력을 중시하는 기업일수록 수용도가 빠르다. 서울 금천구 가산디지털단지의 데브구루도 대표적 사례다. 모바일단말기 제조회사에 개인용컴퓨터(PC)와의 연동프로그램을 개발해주는 데브구루는 수평적 문화와 자유로운 의사소통으로 가족같은 분위기를 자아내는 회사이다. 업무는 지시나 정해진 규율이 아니라 수평적인 소통으로 이뤄진다. 데브구루는 2002년에 설립돼 현재 직원수 24명뿐인 청년기업이다. 그럼에도 2012년 ‘취업하고 싶은 중소기업’, 2013년 ‘일하기 좋은 으뜸기업’, 2017년 ‘일하기 좋은 소프트웨어 전문기업' 등 수상 경력이 화려하다.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면서도 혁신적인 기업문화 덕분이다. 송지호 데브구루 대표에게 법정 노동시간 단축에 대한 대응방안을 물어보자 간결하면서도 명쾌한 답변이 돌아왔다. “지식기반 시대에는 긴 노동시간이 기업의 성과나 생산성과 비례할 수 없다. 오히려 일하는 사람들의 자발적인 열정과 창의력을 북돋우는 기업문화가 더 중요하다.”

HK식당.
HK식당.
서울 강남구 선릉로에 있는 휴머스온도 자율과 소통, 협업을 강조하는 조직문화로 호평을 받는 정보기술(IT) 전문기업이다. 20년 전 아시아 최초로 이메일 마케팅사업을 시작한 뒤 지금은 빅데이터를 이용한 마케팅플랫폼 사업을 펼치며 급부상하고 있다. 이 회사는 ‘일하는 사람의 생각하는 힘이 경쟁력을 만든다’고 강조한다. ‘쉴 때 쉬고, 일할 때 일하자’는 모토로 유연근무제, 자율출퇴근제, 낮잠프리, 업무시간 집중관리제 등 독특한 기업문화로 주목받고 있다. 회사 인사제도와 임금·복지프로그램도 직원들 스스로 ‘반상회(반할 수밖에 없는 회사를 상상하는 회의라는 뜻)’를 열어 결정한다.

에이치케이, 데브구루, 휴머스온 등은 중소기업임에도 청년들이 선망할 수 있는 일자리를 제공한다. 고용노동부는 중소기업중앙회와 고용정보원에 위탁해 이런 기업들을 선정하는 ‘청년친화 강소기업’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올해 청년친화 강소기업으로 선정된 1105곳의 공통점은 청년층 취업희망자가 몰린다는 것이다. 고용정보원의 워크넷에 소개된 청년친화 강소기업의 올해 1~2월 채용정보를 보면, 신입사원 모집공고를 낸 71곳에서 모두 302명을 뽑는데 2809명의 지원신청이 들어와 평균 9.3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화진 산업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소기업도 청년 구직자들이 선호하는 임금과 복지 수준, 좋은 근무여건을 제시하면 인력난에서 벗어날 길이 있다. 또 공공취업정보망을 운영하는 기관에서는 청년 친화적인 우수 중소기업을 발굴하고 선별하는 서비스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순빈 선임기자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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