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비먼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보가 지난 1월31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미 자유무역협정 개정을 위한 2차 협상에 참석하기 위해 협상장으로 향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미국 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과 철강 관세 협상을 하면서 한국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 억제도 약속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두 나라의 외환정책 협의는 한-미 에프티에이 개정협상과 별개라고 선을 그었다.
미국 정부 고위관계자는 27일(현지시각) “한·미 양국이 에프티에이 개정에 합의하면서 환율정책과 관련한 부가적인 합의도 했다”고 밝혔다고 <로이터> 등이 보도했다. 우리나라 정부가 외환시장 개입에 대한 투명성을 강화하고 경쟁적인 원화 평가절하를 억제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26일 ‘한-미 에프티에이 및 철강 협상 결과’ 브리핑에서 환율정책에 대해선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통상교섭본부 관계자는 28일 “환율은 한-미 에프티에이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며 “미 무역대표부(USTR)와 협의할 때 환율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환율은 기획재정부와 미 재무부 사이의 협상이고 별도의 트랙이라는 얘기다. 기재부 관계자도 “그동안 환율보고서 등을 포함해 외환분야 이슈에 대해 국제통화기금(IMF) 및 미 재무부 등과 수시로 협의해왔다”며 “이미 사실상 타결이 된 한-미 에프티에이 개정협상과 별개로 양국 재무당국, 아이엠에프 등과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두 나라의 환율 협상은 이번 한-미 에프티에이 및 철강 관세 협상에서 양국 사이에 일종의 ‘패키지 딜’로 별도의 부가 협의·합의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 우리 쪽이 이번 통상 현안의 돌파구를 마련하는 과정에서 앞으로 ‘외환시장 개입내역 공개’ 등의 방식으로 원화가치 절하 개입을 억제하겠다는 카드를 미국 쪽에 제시했을 것이란 관측이다.
그동안 우리 정부와 한국은행은 원화 가치가 크게 출렁거리지 않도록 미세조정하는 방식(스무딩 오퍼레이션)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해왔다. 우리 정부는 환율조작국 지정을 피하기 위해 외환시장 개입 내역 공개를 검토하는 중이었다. 이렇게 정보를 공개하는 쪽으로 바뀌면 당국의 외환시장 개입이 억제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한편, 관세 면제 대신 최근 연평균 수출물량의 70%로 쿼터를 할당받은 한-미 간 철강제품 합의 발효일이 오는 5월1일로 정해졌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는 28일 한-미 자유무역협정 개정협상의 원칙적 합의 및 철강 232조 관세 ‘한국 면제’ 합의에 대한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분야별 상세한 합의 내용에 대한 발표는 추후에 있을 예정이다.
정은주 조계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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