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깃발이 서울 서초동 사옥에서 휘날리는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현대차그룹이 지난 28일 순환출자 고리 해소를 뼈대로 한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놓으면서, 국내 5대 그룹 가운데 삼성만 지배구조 개편 과제를 남겨 놓게 됐다. 삼성그룹은 29일 “아직 논의중”이라는 입장만 내놓았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자발적 지배구조 개선안 발표 시한으로 제시한 3월은 넘길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지난해 4월 ‘지주사 전환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지만, 당장 순환출자 고리 해소 등 많은 과제를 눈 앞에 두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 2월 삼성에스디아이(SDI)의 삼성물산 주식(404만주)을 올 8월까지 매각하라고 결정했다. 2015년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에서 발생한 신규 순환출자(삼성물산→삼성전자→삼성에스디아이→삼성물산 등)에 대한 기존 해석을 달리해 아예 순환출자 고리를 끊도록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삼성은 삼성물산 지분 매각 방법을 다양한 각도에서 찾고 있지만, 5000억원 이상의 초대형 물량이라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삼성물산 지분 매각 뒤에도 삼성전자→삼성전기→삼성물산→삼성전자 등 4개 순환출자 고리가 더 남아 있다.
정부·여당의 재벌개혁 방안으로 추진되는 각종 법 개정 사안들도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을 압박하고 있다. 보험회사가 보유 가능한 계열사 주식을 ‘취득원가’가 아닌 ‘시장가격’을 기준으로 총자산의 3%까지만 허용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이재용 부회장 등 총수 일가가 삼성생명을 통해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구조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또 금융사가 보유한 비금융 계열사 주식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과 금융위원회가 추진하는 금융그룹 통합감독시스템 도입도 삼성에는 부담이다.
삼성 관계자는 “삼성에스디아이의 삼성물산 주식 매각 등은 정해진 시간 안에 할 예정이고, 나머지 순환출자 고리 해소나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한 이슈는 아직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삼성의 결정을 에둘러 재촉했다. 김상조 위원장은 2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시장과 사회가 요구하는 바를 삼성그룹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머지않은 시간 안에 삼성그룹 안에서도 바람직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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