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미국과의 환율 협의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별개라는 뜻을 분명히 밝히고, 이를 연계된 것처럼 발표한 미국 정부에 강력히 항의했다.
기획재정부 고위관계자는 29일 브리핑에서 “한-미 에프티에이 협상과 환율 협의는 전혀 별개”라며 “미국 정부가 한-미 에프티에이 결과 발표 과정에서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킨 데 대해 강력히 항의했다”고 말했다. 앞서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한-미 에프티에이 협상 결과를 담은 보도자료에서 “무역과 투자의 공평한 경쟁의 장을 촉진하기 위해 경쟁적 평가절하와 환율조작을 금지하는 확고한 조항에 대한 (한-미) 합의(양해각서)가 마무리되고 있다”고 밝혔다.
기재부 고위관계자는 “지난해 미국 정부는 북미 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에서 환율 조항을 넣으려고 시도했고, 올해 초에는 한-미 에프티에이 재협상에 환율 문제를 연계하려고 했다. 하지만 우리 정부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력히 거부했다”고 밝혔다. 그 이후 한-미 에프티에이와 별개로 기재부와 미 재무부가 환율 협의를 해왔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미 무역대표부가 한-미 에프티에이 협상 결과를 발표하면서, 환율 문제를 언급한 것은 성과를 과시하기 위한 정치적 제스처라고 우리 정부는 풀이했다.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도 이날 청와대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 ‘11시50분 청와대입니다’에 출연해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 대표와 공동선언한 발표문에는 환율 관련 내용이 전혀 없다”며 “미국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극적 효과를 높이기 위해 한-미 에프티에이 개정과 철강 협상 외에 환율 문제도 함께 묶어서 발표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환율 조항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같은 다자협정에서는 포함됐지만, 양자협정에는 지금껏 들어가지 않았다.
다만 정부는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을 피하기 위해 외환시장 개입을 공개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적극 검토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외환시장 개입 내용을 공개하지 않는 국가는 한국뿐이라서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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