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 8월 서울시가 청년활동지원사업(청년수당)에 대한 정부의 직권취소 조치에 항의하는 대형 펼침막을 서울시청 외벽(왼쪽)에, 정부가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외벽에 정부 입장을 알리는 대형 펼침막을 내걸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취업준비생 김수현(28·가명)씨는 ‘취업성공패키지(취성패)’ 3단계를 밟으며 월 30만원의 ‘청년구직촉진수당(청년구직수당)’을 받고 있다. 취업 상담 및 알선을 하는 민간 위탁업체는 중소기업 취업을 권하지만, 그는 공공기관 입사에만 매달린다. 지난해 하반기에 공공기관 10곳에 입사원서를 냈고 올해도 아르바이트를 하며 계속 도전할 작정이다. “정부는 중소·중견기업에 취업시키려고 취성패를 운영하지만 청년들은 월 30만원을 받으려고 참여하는 거예요. 대졸자는 중소기업을 목표로 취업 준비하지 않아요. 그냥 구직활동에 들어가는 돈을 지원해줬으면 좋겠어요.”
1일 기획재정부와 고용노동부 관계자의 말을 종합해보면, 정부는 내년부터 취성패 3단계 참가자에게 지급하던 청년구직수당(3개월 간 30만원)을 없애고 자기 주도적으로 구직활동하는 ‘졸업·중퇴 뒤 2년 이내 18~34살 청년’에게 ‘청년구직활동지원금’(6개월간 50만원)을 주기로 했다. “포퓰리즘(대중 인기영합주의)” “도덕적 해이”라는 비판을 받던 서울시의 ‘청년수당(6개월간 월 50만원)’을 전국으로 확산하는 것이다.
2016년 서울시가 청년수당을 도입할 당시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포퓰리즘적 복지사업”이라고 규정했고, 보건복지부는 ‘도덕적 해이’가 생긴다며 직권취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서면서 경기도 등 다른 지방자치단체로 확대되는 추세다. 다만 일정 소득 이하로 대상자를 제한하고 있다. 지난달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청년에게 직접 가는 (현금) 지원방법이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한요셉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청년수당은) 사업의 실효성 및 무분별한 선심성 정책 확대에 관한 우려가 제기됐지만 현재는 저소득가구 출신 청년들의 구직활동 목적 소득지원 성격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6월 청년수당과 비슷한 청년구직수당을 중앙정부 차원에서 처음 도입했다. 하지만 취성패 3단계 구직활동에 참여해야만 받을 수 있어 실효성 논란이 불거졌다. 취성패는 1단계 취업상담, 2단계 직업훈련, 3단계 구직알선으로 구성되는데, 1·2단계의 참여기간이 6개월이나 걸리는 데다 공기업·금융권·대기업 등의 구직은 알선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스스로 구직활동하는 청년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지난해 10월 청년고용정책참여단 간담회에서는 “취성패에 참여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취업 준비하는 청년에게도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또 청년희망재단이 지난해 8월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청년들은 취업준비의 어려움으로 “시험합격”(21.4%)보다 “비용 마련”(26.2%)을 더 많이 꼽았다.
정부는 올해까지만 취성패 3단계와 연계한 청년구직수당을 시행하고 내년부터 청년구직활동지원금을 신설하기로 결정했다. 구직활동계획서로 지원자를 선발하며, 입사지원서 제출부터 어학수업 등 교육·훈련까지 ‘구직활동’을 폭넓게 인정할 방침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청년들이 자유롭고, 창의적으로 구직·창업 활동을 하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정책”이라며 “6개월이 지나도 취업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취성패 등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 참여하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병희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근로 경험이 없거나 짧아서 실업급여를 받지 못하던 청년들에게 소득을 지원하는 새로운 고용안전망이 생긴 것”이라고 평가했다.
청년구직활동지원금은 공평한 출발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좋은 일자리가 점차 줄어들면서 졸업 후 청년들은 첫 일자리에 취업하기까지 평균 12개월 정도 걸린다(2017년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 부가조사). 고소득층 청년들은 부모의 경제적 지원을 받으면서 일자리를 탐색할 수 있지만, 저소득층은 취업준비 비용을 마련하느라 아르바이트를 전전한다. 이들은 상대적으로 취업준비에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 없고, 좋은 일자리에 취업할 가능성이 줄어든다. 부모 자산이 많을수록 자녀도 ‘적게 일하고 많은 임금을 받아가는’ 고연봉 일자리에 취업하게 된다(2018년 노동연구원 보고서 ‘자산 불평등과 세대 간 이동성이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 또 생애 첫 일자리는 직장 생활 10년이 지난 이후에도 임금과 고용에 영향을 끼친다(2017년 KDI 보고서 ‘청년기 일자리 특성의 장기효과와 청년고용대책에 대한 시사점’).
청년구직활동지원금이 보편화하면, 소득수준은 낮지만 취업목표가 뚜렷한 청년층이 일자리를 탐색할 ‘시간’을 벌 수 있게 된다. 노동연구원 김유빈 연구위원은 “생계형 아르바이트를 하는 저소득층 청년들의 비중이 작지 않은 만큼, 소득 격차로 인한 노동시장의 진입격차를 줄이고 공정한 출발을 지원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유럽국가들도 근로경력이 없는 청년들을 위한 소득보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핀란드는 6개월 이상의 취업경력이 없어 실업수당 등 다른 소득보존 혜택을 받지 못하는 청년에게 보조금을 준다. 프랑스의 경우 2013년부터 18~25살 저소득층 ‘청년 니트족’(일하지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청년 무직자)이 적극적 구직활동에 나서면 매월 약 460유로(60만원)를 지급한다.
정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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