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경영인인 권오현 삼성전자 회장이 연봉 243억원으로 재벌 총수 일가를 제치고 2017년 ‘연봉왕’에 올랐다. 재벌 총수 일가 가운데는 지난 2월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52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일부 총수 일가는 경영에 실패했거나 범죄 행위로 재판을 받고 있는데도 수십억원을 챙겼다.
2일 상장기업들이 공시한 ‘2017사업연도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재벌 총수 일가 가운데 최다 보수를 받은 이는 신동빈 회장이었다. 신 회장은 롯데케미칼과 롯데쇼핑, 롯데칠성음료, 롯데지주, 롯데제과, 호텔롯데, 롯데건설 등 7개의 계열사로부터 보수를 받았다. 강정민 경제개혁연대 연구위원은 “신 회장의 경우 총수 일가라는 지위를 활용한 보수 챙기기 목적으로 과다한 겸직을 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말했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이 109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2016년 34억원에서 3배 넘게 늘었다. 아모레퍼시픽 쪽은 “3년 단위로 나가는 장기 인센티브가 지급됐다”고 밝혔다.
2016년 92억원 등 3년 동안 ‘연봉왕’이었던 정몽구 현대차 회장은 지난해에는 80억원을 받았다. 정 회장은 현대차(45억7900만원)와 현대모비스(34억3000만원) 등 두 곳에서 급여를 받았다. 허창수 지에스(GS)그룹 회장(73억원)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66억원), 구본무 엘지(LG)그룹 회장(63억원) 등이 60억~70억원대로 뒤를 이었다.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55억), 손경식 씨제이(CJ)그룹 회장(44억),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31억) 등은 전년과 크게 다르지 않은 30억~50억원대였다.
2016년 1월 탈세·횡령 혐의로 1심 유죄를 선고받고도 구속은 면한 조석래 전 효성그룹 회장은 2016년(46억)에 이어 지난해도 15억원의 보수를 받았다. 지난해 말 70억원대 횡령 등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신영자 전 롯데장학재단 이사장도 지난해 롯데쇼핑으로부터 급여 5억원을 받았다.
재벌 3~4세 가운데는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35억원으로 가장 많은 급여를 받았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18억원,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은 14억원을 받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8억7100만원으로 전년(11억3500만원)보다 줄었고,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18억원을 받았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해 2월17일 구속되면서 사실상 지난해 근무를 한달여밖에 하지 않았다.
전문경영인 가운데는 권오현 삼성전자 회장이 243억원으로 상장기업 임원 중 가장 많은 보수를 받았다. 이 가운데 일회성 특별상여가 148억원이 넘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 수익성의 대폭 개선을 통해 영업이익 50조원을 달성하는 데 크게 기여한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앞서 2014년과 2015년에도 신종균 부회장과 권오현 회장이 각각 91억원과 80억원의 특별상여금을 받은 바 있다. 권 회장 외에 신종균 삼성전자 부회장과 윤부근 부회장이 각각 84억원, 76억원을 받아, 삼성전자 전문경영인 3명이 모두 연봉순위 상위권에 올랐다.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38억원), 안병덕 코오롱 사장(36억원·퇴직금 포함), 김창근 에스케이이노베이션 이사회 의장(35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엘지그룹에서는 차석용 엘지생활건강 부회장이 32억원, 가전부문에서 좋은 성과를 낸 조성진 엘지전자 부회장이 25억원을 받았다.
최현준 기자, 산업팀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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