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주도성장 정책이 내수를 진작하는 단기적인 경기부양 효과뿐만 아니라 인적자본을 확충해 장기적인 성장 잠재력을 키울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연구 보고서가 나왔다.
4일 이철희·이정민·홍석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난해 보건복지부 의뢰를 받아 작성한 ‘인구변화와 관련된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사회경제적 효과’ 보고서를 통해, “소득주도성장 정책으로 분류되는 일자리 질 개선, 건강보장 확대, 복지 강화 정책은 장기적으로 개인의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경제성장 저하의 요인으로 지적되는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완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인구구조 변동으로 노동인구 공급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복지·노동정책을 통해 장·노년층의 건강을 유지시키고, 일·가정 양립을 통해 여성 경제활동참가율을 늘리며, 정규직화나 공공 일자리 확충으로 청년실업률을 낮출 경우 경제활동참여율의 급격한 하락 등을 완화할 수 있다는 논리다.
연구팀은 2016년의 성별·연령별 노동공급 수준이 유지될 경우 2050년 경제활동참가인구는 2016년에 견줘 87.1%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50~60대 경제활동참가율이 현재 40~50대 수준으로 오르고 30~40대 여성 경제활동참가율이 현재 20대 수준으로 증가하는 한편 청년실업률이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감소할 경우, 2050년 경제활동인구는 기준시점(2016년)의 91.5%까지 회복된다. 신생아 수 감소 속도가 느려지고, 각 인구집단이 노동공급을 확대하는 한편, 노동인구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경제성장에 도움이 되는 이유다.
보고서는 또 아동수당 지급,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근로장려금(EITC) 확대, 비정규직 정규직화 등 넓은 의미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경제성장에 기여하는 경로를 국내외 연구 결과와 함께 제시했다. 예를 들어, 캐나다 마니토바 지역에서 아동수당 효과를 관측한 결과 아동수당으로 가정의 정서적인 환경이 개선됨으로써 아동의 시험성적, 건강 등 장래 노동 생산성의 핵심요소가 될 만한 지표들이 개선됐다. 미국에서 근로장려금은 가구의 실질소득 증가를 통해 좀 더 나은 교육을 받은 자녀세대가 노동시장에서 더 많은 임금을 받는 데 영향을 끼쳤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는 고령층이 더 나은 생산성을 유지하며 일을 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정규직 일자리 확대와 노동시간 단축 등은 혼인율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장기적인 경제성장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제시됐다.
경제학계에선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장기적 생산성 향상 등 경제의 공급 측면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는 약점을 지니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복지부 관계자는 “복지정책과 소득주도성장의 관계를 경제학계의 연구를 통해 객관적으로 살펴보고자 권위 있는 경제학자들에게 연구를 의뢰했는데, 결과를 살펴보니 성장정책으로서 복지확충이 가지는 의미를 파악해 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이번 연구결과를 저출산 대책을 비롯해 각종 복지정책 수립에 활용할 계획이다.
방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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