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신통상전략’ 발표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3월 26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및 철강 관세 협상 결과 브리핑을 하던 중 물을 마시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김현종 “미에 이미 TPP가입 얘기
므누신 재무도 확인…가능하다”
‘미 일방주의 정상화’ 과제 뒷전에
만성적자 일본과 FTA도 민감 사안 전문가들 “통상전략 독단 결정 안돼”
글로벌 통상압박 외교·안보 얽혀
경제·외교부처 망라 적극 개입해야
내수·소득주도 성장과도 조화 필요
“개인 협상력 넘어 산업경쟁력 우선” 이에 대해 세탁기·철강 수입규제로 대표되는 왜곡된 트럼프발 한-미 통상관계를 정상화해야 한다는 요청이 많은데도 통상당국이 이는 뒷전에 둔 채 미국과 다시 손잡는 쪽을 향한다는 지적이 당장 나온다. 미국이 무차별적으로 ‘한국산 때리기’를 하는데도 한-미 에프티에이가 무력한 처지임이 현실로 드러난 마당에 우리 정부의 티피피 가입은 “다른 티피피 회원국들과의 공조를 통한 미국 공동 견제” 차원에서 검토돼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티피피 가입이 성사될 경우 1980년대 이래 만성적 무역역조(대일 무역적자 282억7천만달러·2017년)를 겪는 우리가 일본과 자유무역협정을 맺는 셈이 된다. 일본 제품이 한국 시장에 더 쉽게 더 많이 들어올 수 있는데, 한·미 공조를 통한 신티피피 구상 속에 ‘일본에 대한 시장개방’이라는 민감한 고려사항은 뒤로 밀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한국 경제의 높은 무역 의존도를 고려할 때 ‘수출강국’을 현실적으로 포기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일부 통상전문가들은 트럼프발 통상압박과 사드 경제보복에 우리 경제가 전방위적으로 노출된 상황을 감안할 때 정부 통상전략은 김 본부장이나 통상교섭본부가 독단적으로 주도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김양희 대구대 교수(경제학)는 “지금의 글로벌 통상환경은 어느 협상 전문가 개인이나 특정 주무부처의 능력만으로 해결되기 어렵다. 미국의 통상압박 파고가 환율·지식재산권·의약보건 등 광범위하게 밀어닥치고 있는 만큼 여러 경제부처들이 함께 고민하고 논의해 새 통상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제 통상 갈등이 순수한 경제적 요인을 넘어 외교·안보이슈 등과 얽혀 있는 만큼 기획재정부·외교부 등도 통상전략 설계에 적극 개입하고, 수출정책이 일자리 및 내수·소득주도성장 목표와 정교하게 조화되도록 통합적 전략이 제시돼야 한다는 얘기다. 통상교섭본부는 이날 “지난해 7월 본부 출범 이후 한국 통상이 새롭게 나아가야 할 길을 고민하면서 김 본부장 이하 실무직원까지 40여명이 참여한 내부 원탁회의와 정책 간담회 등 30여회의 토론·검토를 거쳐 마련한 미래 구상”이라고 밝혔다. 통상교섭본부는 ‘신통상질서전략실’을 새로 만들고 50여명의 통상전문인력을 충원 중이다. 이에 대해 김영한 성균관대 교수(경제학)는 “국제통상게임에서 협상력은 노련한 협상가의 개인적 협상 기술보다는 당사국의 경제력과 산업기술 경쟁력에 달려 있다”며 “협상 전문 조직·인력을 배가하기에 앞서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정책적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협상이 결렬돼 파국에 이를 경우 더 큰 피해를 입게 되는 쪽이 항상 ‘협상 열위’에 있을 수밖에 없는 게 국제통상의 룰이며, 통상전략은 수출 제품의 경쟁력을 키우는 쪽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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