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의 오창 전기차배터리 생산라인 모습. LG화학 제공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원재료인 코발트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면서 엘지(LG)화학이나 에스케이(SK)이노베이션 등 주요 기업들이 코발트 확보에 부랴부랴 나서고 있다. 세계 생산량 절반 이상을 책임지는 콩고에서 자주 아동노동이 발생하면서 코발트가 ‘분쟁 광물’이 되자 전기차 배터리 생산업체들이 안정적으로 공급을 받을 루트 확보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엘지화학은 11일 중국의 화유코발트와 전구체·양극재 합작 생산법인 설립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화유코발트는 2017년 콩고에서 코발트를 수입해 2만t의 정련 코발트를 생산하는 세계 1위 업체다. 화유코발트는 아동노동 근절 등 코발트 공급망 문제에 공동 노력하기 위해 2016년 발족한 ‘책임있는 코발트 이니셔티브’(Responsible Cobalt Initiative. RCI)에 참여하고 있다.
엘지화학은 2020년까지 총 2394억원을 출자해 화유코발트와 전구체 및 양극재 합작 생산법인을 각각 설립하고 운영에도 참여한다. 전구체는 배터리의 양극재 제조를 위한 상위 공정으로, 코발트·니켈·망간 등을 결합해 제조한다. 양극재는 이 전구체와 리튬을 결합해 만드는 배터리 소재다. 엘지화학은 화유코발트로부터 코발트 등 원재료를 공급받고, 합작법인이 생산한 전구체·양극재 제품도 우선 공급받기로 했다. 이번 합작투자로 ‘화유코발트(코발트 등 원재료)→합작 생산법인(전구체·양극재)→엘지화학(배터리)’으로 이어지는 안정적인 수급 체계를 구축하게 됐다.
에스케이이노베이션도 코발트 확보에 뛰어들었다. 2월 오스트레일리아(호주)의 배터리 원재료 생산업체 ‘오스트레일리안 마인즈’(AM)와 황산 코발트·니켈 등에 대한 장기구매 계약(기본 7년, 추가 6년 연장가능)을 맺었다. 향후 지분투자에 대한 독점 협상권도 확보했다. 오스트레일리아로부터 본격 공급이 시작되기 전까지는 콩고에서 수입한 코발트를 제련한 원재료를 중국과 한국 업체로부터 공급받고 있다. 에스케이이노베이션은 ‘책임있는 코발트 이니셔티브’에는 아직 참여하지 않아, 분쟁 광물 포함 여부를 확인하지는 못하고 있다. 삼성에스디아이도 안정적인 코발트 공급을 위해 다양한 방법을 검토 중이다. 삼성에스디아이 관계자는 “소재 업체들과 장기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코발트 사용 비중을 낮추는 방향으로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코발트 확보 경쟁은 최근 코발트 가격의 급변동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에 따르면 2017년 콩고에서 코발트 생산량은 15% 늘어났지만, 가격은 3배 이상 뛰었다. 올해 들어서도 1월3일 톤당 7만5천달러(런던금속거래소 가격)에서 3월21일 9만5천달러까지 치솟았다. 이 때문에 전기차 배터리 업체들은 “핵심 원재료 가격이 연일 급등해 수급에 비상이 걸려 있다. 국외 합작투자와 구매계약을 통한 안정적인 원료 확보에 그룹이 사활을 걸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조계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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