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미디어플레이어만 분리’검토
애초 방침서 후퇴 논란일듯…7일 최종결정 내리기로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사의 ‘프로그램 끼워팔기’ 사건을 다루고 있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또다시 엠에스에 대한 제재 수위 결정을 미뤘다. 그러나 공정위가 엠에스의 윈도 프로그램에 메신저를 끼워 파는 것을 금지하지 않고 사실상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최종 결정이 주목된다.
공정위는 30일 엠에스 사건과 관련된 열한번째 전원회의를 열어 제재 여부와 수위 등을 결정할 계획이었으나 “시정조처와 관련해 기술적으로 확인할 사항이 있어 12월7일 최종 결정을 내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2001년 9월 다음커뮤니케이션이 엠에스를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혐의로 신고하자 조사에 착수해, 지난 7월부터 제재를 전제로 전원회의를 열어왔다.
공정위는 시정명령 수위와 관련해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윈도에 끼워팔기를 한 윈도미디어플레이어와 메신저 중에서 윈도미디어플레이어는 윈도에서 분리하는 결정을 내리되, 메신저의 끼워팔기는 다른 메신저 프로그램을 ‘동반탑재’하는 조건으로 사실상 허용하는 절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심의 과정에 참여한 한 업계 관계자는 “관련 업계에서는 메신저도 윈도에서 분리하는 시정명령을 기대했고 공정위도 이를 적극 검토했으나, 엠에스가 강하게 저항하자 공정위가 시정명령 내용을 두고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엠에스가 메신저 ‘동반탑재’ 방안을 내놓으면서, 시정명령에 대해 소송을 내지 않는 타협안을 내놓자 공정위가 이를 받아들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엠에스는 심의 과정에서 “메신저를 윈도에서 분리하면 전체 운영체제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는 윈도미디어플레이어의 경우 이미 유럽연합에서 분리 명령을 받았지만, 메신저는 점차 늘고 있는 데이터커뮤니케이션의 핵심장치여서 포기할 수 없었다는 설명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또 차기 윈도엑스피 버전은 메신저와의 결합도가 높아, 기술적인 분리가 어려운 점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메신저 동반탑재’ 방안의 경우, 엠에스가 윈도를 통한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메신저 시장까지 독차지하는 것을 막기 힘들어 시정명령으로서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엠에스가 앞으로 다른 응용소프트웨어에 대해 ‘끼워팔기’를 시도했을 때, 제재가 힘들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또 엠에스가 다른 기능과의 충돌 검사를 한다며 업체들한테 메신저 프로그램의 코드를 요구하면, 아이디어 유출 및 도용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관계자는 “유럽연합이 엠에스의 윈도미디어플레이어 끼워팔기 사건을 제재하면서 동반탑재를 불허한 것은 이런 문제점들 때문이었다”며 “장기적 관점에서 엠에스의 끼워팔기를 차단할 수 있는 원칙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혜정 김재섭 기자 idu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