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분석 l 미 환율 보고서
한국을 ‘관찰대상국’ 지정한 미국
‘외환 개입내역 신속히 공개’ 권고
당국, 원화 급등락 막으려 ‘미세조정’
아직까지 개입내역 공개한 일 없어
미 압박에 ‘버티기 힘든 상황’
향후 얼마나 자주 공개할 지 관심
‘시차 두고 순매수만 공개’ 선호
한국을 ‘관찰대상국’ 지정한 미국
‘외환 개입내역 신속히 공개’ 권고
당국, 원화 급등락 막으려 ‘미세조정’
아직까지 개입내역 공개한 일 없어
미 압박에 ‘버티기 힘든 상황’
향후 얼마나 자주 공개할 지 관심
‘시차 두고 순매수만 공개’ 선호
미국이 우리나라를 종전처럼 ‘관찰대상국’으로 분류했지만, 앞으로 외환시장 개입 내역을 공개할 것을 명시적으로 권고했다. 우리도 더는 버티기 어려워진 상황이어서, 향후 외환시장 개입 내역 정보를 얼마나 자주, 어떤 식으로 공개할 것인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미 재무부는 지난 13일(현지시각) ‘주요 대상국 환율정책 보고서’를 발표하며, 우리나라를 ‘심층분석대상국’(환율조작국)이 아니라 그 아래 단계인 ‘관찰대상국’으로 분류했다. 교역촉진법상 환율조작국 지정 요건은 △대미 상품수지 흑자 200억달러 초과 △경상수지 흑자 국내총생산(GDP) 대비 3% 초과 △외환시장 달러 순매수 비중 지디피 대비 2% 초과 등 세 가지다. 모든 요건을 충족하면 환율조작국, 두 가지 요건만 부합하면 관찰대상국이 된다. 우리나라는 대미 상품무역수지 흑자(230억달러)와 경상수지 흑자(지디피 대비 5.1%)가 해당한다. 외환시장 달러 순매수 비중은 지디피 대비 0.6%였다. 미국은 해마다 4월·10월에 환율보고서를 내는데, 우리는 2016년 4월부터 5차례 연속 관찰대상국으로 지정됐다. 이번 관찰대상국엔 기존 한국, 중국, 일본, 독일, 스위스에다가 인도가 추가됐다. 심층분석대상국은 없다.
보고서는 “외환시장 개입은 무질서한 시장 상황 등 예외적 경우로 제한돼야 한다. (한국 정부가) 투명하고 시의적절한 방식으로 외환시장 개입 내역을 신속히 공개할 것”을 권고했다. 지난해 10월 환율보고서엔 없던 내용이다. 그동안 외환당국은 달러를 사거나 팔아 원화가치가 급등락하는 것을 막는 ‘미세조정’(스무딩 오퍼레이션)을 해왔는데 그 내역을 공개하라는 의미다.
외환당국 안팎에선 우리도 비공개 원칙을 더 이상 고수하긴 어려워진 상황으로 보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나 주요 20개국(G20) 회원국 가운데 개입 내역을 공개하지 않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기도 하다. 따라서 향후 쟁점은 외환시장 개입 정보를 얼마나 자주, 어떤 방식으로 공개할지로 압축된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3일 “외환시장 개입 내역을 일별, 월별, 분기별로 공개하는 나라가 있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국 중에는 6개월 단위로 하는 국가도 있다”며 “그동안 논의의 연장선에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자무역협정인 티피피는 미국 주도로 이뤄졌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1월 취임 사흘만에 탈퇴를 공식 선언했다. 이후 미국을 제외한 11개국이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으로 바꿔 타결했는데,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복귀 검토를 지시해 참여 가능성이 커진 상태다. 우리도 상반기 중에 가입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서 티피피 환율 합의에 주목하고 있다. 2015년 ‘티피피 회원국 거시정책당국의 공동선언’을 보면, 회원국은 외환시장 개입 현황(매수·매도 총액)을 ‘분기별’로 공표하게 돼 있다. 다만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베트남 등의 경우 외환시장 개입 정보를 처음 공개한다는 점을 고려해 분기가 아니라 반기 단위로 매도와 매수를 합친 순매수(순매도) 규모만 공개하기로 합의했다.
우리 정부도 이들 국가처럼, 상당한 시차를 두고 순매수만을 공개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환율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개입 내역을 공개하면 그 자체가 정부의 조절 능력을 위축시켜 환율 변동성을 키울 수 있는데, 공개 시기가 짧고 방식이 구체적이면 그 부담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개입 패턴을 예측할 수 있어 투기세력이 이를 악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티피피 원칙은 ‘분기별’로 ‘매수·매도 총액’ 공개라서 정부의 고민이 깊다. 또 동아시아 신흥국과 달리, 영국과 일본 등 주요국은 자료를 한 달 후에 공개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우리 외환시장의 성숙도와 경제구조, 다른 국가 사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공개 시기와 방식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연 부총리는 오는 19~23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G20 재무장관회의와 국제통화기금·세계은행 춘계회의에서 이 문제를 논의한다.
정은주 허승 기자 eju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