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3월 5일,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 등이 참가한 ‘황유미 추모 및 반도체·전자산업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위원회’ 회원들이 사망한 반도체 노동자들의 얼굴 사진을 들고 서울 태평로 일대를 행진하고 있다.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의 주인공인 황씨는 삼성반도체 기흥공장 3라인에서 일하던 중 2007년 3월6일 당시 23살 나이에 백혈병으로 숨졌다. 추모위에 따르면 2014년 3월 1일까지 신고된 반도체·전자산업 산재사망 노동자는 모두 92명이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삼성전자가 반도체공장의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에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는지 판단해달라고 낸 민원에 대해 정부가 반도체전문위원회를 열어 심의했으나 당장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산업부는 조속한 시일 안에 2차 전문위 회의를 열고 결론을 가급적 빨리 내겠다고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6일 서울에서 산업기술보호위원회 반도체전문위원회를 열고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의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에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됐는지 심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산업부는 “이날 논의 결과 삼성전자의 각 사업장별·연도별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를 보다 구체적이고 심도 있게 검토하기 위해 조속한 시일 내에 전문위원회를 추가 개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산업부 고위관계자는 “고용노동부의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 공개 결정이 맞물려 있고, 산업기술보호법에 따라 민원을 제출한 삼성전자가 핵심기술 유출을 우려하고 있는 만큼 가급적 빨리 회의를 다시 열어 심의를 마무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반도체전문위원회는 산업부와 국가정보원 등 정부위원 2명과 반도체 관련 학계, 연구기관, 협회 등 민간위원 13명으로 구성됐다.
삼성전자는 반도체공장 산업재해 피해자들이 낸 작업환경보고서 정보공개청구 요구를 고용노동부가 받아들이자, 지난달 26일 “이 보고서에 공정에 사용되는 특정 화학물질 명칭이나 화학물질 총사용량 등이 포함돼 있어 핵심기술이 유출될 우려가 있다”며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하는 내용이 보고서에 포함돼 있음을 확인해달라는 민원신청을 산업부에 낸 바 있다.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산업기술보호법)에 따르면 기업이나 기관은 보유 기술이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판정을 산업부 장관에 신청할 수 있다. 삼성 쪽은 “영업기밀에 해당하는 핵심공정 노하우가 유출될 우려가 있다”며 노동부의 작업환경보고서 정보공개 결정에 반발하고 있다.
작업환경보고서는 6개월마다 공장별로 작성하는데, 삼성전자는 피해자에 대한 정보공개가 결정된 온양공장뿐 아니라 기흥·화성·평택 공장에 대해서도 지난 수년간 작성된 작업환경보고서를 이번에 함께 제출했다. 온양공장 정보공개 결정 이후 다른 공장 피해자들도 정보공개 신청에 나설 움직임이 보이자 이를 사전 차단하기 위해 다른 공장의 작업환경보고서에도 국가핵심기술이 포함돼 있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으로 알려진다.
다만 산업기술보호 전문위원회는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하는지 여부만 확인할 뿐 정보공개 여부나 공개의 적절성에 대해 판단할 권한은 없다. 이에 대해 산업부 관계자는 “산업부는 민원인(삼성전자)의 신청 사건에 대해 산업기술보호법에 따라 독립적으로 심사할 뿐”이라고 말했다. 엄밀히 보면, 산업안전보건법·정보공개청구법에 따른 고용노동부의 작업환경보고서 공개 문제와 산업부의 국가핵심기술 여부 판단·심사 문제는 원칙적으로 별개라는 뜻이다. 노동부는, 산업부가 앞으로 결론을 내릴 시점이나 그 판단 내용과 무관하게 정보공개를 그대로 진행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한편, 산업부는 반도체 공장 외에 삼성디스플레이가 신청한 충남 탕정 엘시디(LCD) 패널 공장의 작업환경측정결과 보고서가 국가핵심 기술을 포함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디스플레이전문위원회를 열어 국가핵심기술 여부를 판정할 방침이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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