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정치적 표적조사라는 논란이 일었던 태광실업 세무조사 등에서 쟁점이었던 ‘교차 세무조사’(교차조사)의 조사방법이 처음으로 외부에 공개됐다. 태광실업 세무조사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수사로 이어져 정치적 조사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17일 국세청이 최근 행정예고한 ‘조사사무처리규정 일부 개정안’을 보면, 교차세무조사의 사유와 신청, 배정 및 결과 통보, 서류관리 등의 내용이 새롭게 포함됐다. 교차조사는 납세자의 관할 지역 국세청이 아닌 다른 지역 국세청에서 세무조사를 맡는 것을 뜻한다. 이전까지 교차조사에 관한 내용은 국세기본법 시행령에 관할지 조정이 가능한 사유 정도가 공개됐을 뿐 구체적인 시행 방법 등에 대해선 내부지침으로만 정해져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 국세기본법 시행령은 △납세자가 사업을 실질적으로 관리하는 장소와 납세지가 다를 경우 △지역 사업체와 유착관계 등의 우려로 관할청 세무조사가 부적절할 경우 △세무관서별 업무량과 조사 인력 등을 고려해 조정이 필요할 경우 등을 교차조사의 사유로 정하고 있다.
이번 개정안은 여기에 더해 교차조사의 과정을 비교적 구체적으로 서술하며 모든 과정을 문서화하도록 했다. 교차조사를 신청하는 관할청은 국세청장에게 교차조사 사유 등이 담긴 검토서를 전달해야 한다. 신청을 받은 국세청장 역시 관할청을 배정한 뒤 조정 결과를 지방국세청장에게 문서로 전달해야 한다. 또 조사 공무원들은 이런 관련 문서를 보관하고 있도록 했다. 심욱기 국세청 조사기획과장은 “조사권 남용 등 그동안 교차조사와 관련해 있어왔던 우려를 줄이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개정안은 올해 초까지 국세청이 운영한 국세행정개혁태스크포스(TF) 권고안을 따른 것이다. 티에프는 조사권 남용이 의심되는 과거 세무조사 사례 가운데 하나로 태광실업 세무조사를 꼽으며, 부산지방국세청 관할인 세무조사가 서울지방국세청 조사 4국으로 넘어가 “신청부터 조사착수까지까 이례적으로 짧은 기간에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업무영역이 명확하지 않아 국세청장이나 정권차원 하명조사가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아온 서울청 조사4국이 교차조사를 통해 다른 지방청 조사를 넘겨받는 과정이 불투명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티에프에 참여했던 구재이 한국조세연구포럼 학회장은 “불투명성으로 정치적 세무조사 우려를 낳는 교차조사 방법이 훈령으로 공개됐다는 점은 의미가 있지만, 앞으로 법적 구속력이 약한 훈령대신 법이나 시행령에 교차조사 관련 내용을 담아 조사권 남용에 대한 통제를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방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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