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를 따지자면 할 말이 많겠지만 지금은 미래를 바라볼 때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지난 27일 문재인 대통령 주최로 판문점 남쪽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 정상간 만찬에 사실상의 경제단체 대표로 참석한 뒤 자신의 페이스북에 잇따라 올린 소감문을 통해 남북 경제협력 재개 등에 대한 기대를 나타냈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박 회장은 페이스북 글에서 “앞으로 경협과 교류가 가능해지는 시기가 오면 정말 국가와 민족의 미래를 위해 함께 번영하는 길을 가도록 모두가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그때가 올 때까지 많이 생각하고 연구하고 토론도 해서 제대로 경협을 전개할 준비를 해야 할 것 같아 마음이 바쁘다”고 했다.
현 정부 들어 재계 대표단체로 부상한 대한상의의 수장으로서 남북대화의 진전 상황에 따라 민간 경제분야의 남북 소통 채널을 맡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대한상의는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국제상업회의소(ICC)를 매개로 북한 조선상업회의소와 접촉한 적도 있다. 특히 박 회장은 최근 대한상의에 경제 현안과 중장기 과제를 심층 연구하는 싱크탱크를 만들고 있는 중인데, 남북간 산업·기업협력 정책연구가 싱크탱크의 핵심 연구과제 중 하나로 채택될 가능성도 있다. 박 회장은 이 싱크탱크 초대 소장으로 서영경 전 한국은행 부총재보를 발탁한 것으로 알려진다. 서 전 부총재보는 북한경제 조사·연구를 주요 과제 중 하나로 꼽아온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의 연구실장 등을 거친 인물이다. 그런 점에서 향후 박 회장이 이 싱크탱크를 중심으로 남북경협 연구·토론을 의욕적으로 주도하면서 민간 경제분야의 남북 소통 채널을 어떻게 구축하고 준비해갈 것인지 관심을 끈다.
박 회장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비롯해 만찬장에서 북측 인사들을 만난 소감과 북한 음식에 대한 평가도 내놨다. 김 위원장에 대해서는 “워낙 매스컴으로 많이 봐서 그런지 익숙한 모습 그대로였다. 경직되거나 고압적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모습이었다”고 전했고,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에 대해서는 “웃음이 많아서 참 좋은 인상이었다”고 소개했다.
박 회장은 옥류관 냉면에 대한 비교적 상세한 품평도 내놨다. 그는 “생각보다 면발은 약간 질긴 편이었는데 육수가 일품이었다”면서 “고명으로 얹은 세가지 수육도 아주 부드럽고 담백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별도의 페이스북 글을 통해 과거 젊은 시절 일본에서 먹었던 냉면의 맛이 옥류관 냉면과 비슷했었다고 기억을 떠올린 뒤 “언제나 옥류관을 다시 만나려나”라고 덧붙였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