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지난 3월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미국 철강 232조 조치 및 제3차 한미 FTA 개정 협상’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산업부 제공
우리나라가 미국에 수출하는 철강 품목 중 일부는 이미 쿼터(수입할당)가 차 올해 추가 수출이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철강업계는 미국시장 총 수입쿼터에 대한 업체별 배분방식을 아직 확정하지 못해 혼란이 일고 있다.
4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BP)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확장법 232조’ 포고문을 이행하기 위한 세부 통관 절차를 최근 공지했다. 세관국경보호국은 쿼터 대상 54개 철강 품목별로 쿼터 수량을 명시하며 이미 올해 쿼터를 채운 품목은 미국시장 수입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에 올해 배정된 철강 쿼터는 2015∼17년 대미 평균 수출량인 383만t의 70%인 263만t이다. 232조에 따른 철강 고율관세(25%)를 면제받았으나, 관세 대신 받은 쿼터는 올해 1월1일부터 수출한 물량까지 소급 적용된다. 당초 업계는 쿼터가 5월1일부터 적용될 것으로 기대했다.
추가 수입이 불가능한 품목은 총 54개 품목 중 파일용 강관 등 9가지다. 파일용 강관은 할당된 쿼터 480만7122kg를 지난 1~4월에 이미 다 채워 수출했다. 스테인리스 냉연(164만9722kg·올해 연간 할당 쿼터), 스테인리스 주단강 잉곳(21만5467kg), 스테인리스 평철 선재 및 비정형제품(3291만4618kg), 봉형강류중 앵글과 섹션 일부 제품(115만356kg), 공구강(84만9004kg) 등도 올해는 더 수출하지 못한다. 일반강 평철과 열간압연제품 등 2개 품목은 기존 대미 수출 실적이 없어 배정받은 쿼터가 아예 없다. 산업부는 “이미 쿼터가 충족된 9개 품목의 연간 쿼터 물량은 총 4만9천t으로 전체 쿼터 물량의 1.9%에 불과하며, 모두 주력 수출 품목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산업부에 따르면, 품목별로 차이가 있지만 올해 1월1일∼4월20일 통관 기준으로 전체 철강재 쿼터의 34.6%에 해당하는 물량이 미국에 수출됐다. 미국 정부는 연간 쿼터 외에 분기별로도 철강 수입량을 제한했다. 특정 분기에 물량이 집중되는 것을 막기 위해 분기별로 연간 총 쿼터의 30%를 초과하는 철강을 수입할 수 없다고 규정했다. 이에 따라 2분기에 이미 연간 쿼터의 30% 초과물량을 선적해 미국시장에 보낸 업체는 통관을 거치지 못하고 다음 분기까지 창고에 보관하거나 다른 국가로 돌려야 하게 됐다. 특히 국내 철강업체들은 총 쿼터를 업체별로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를 놓고 아직 기준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 기업이 2분기에 분기별 품목 쿼터를 소진한 경우, 같은 품목을 수출하는 다른 기업은 연간 쿼터가 남아있더라도 다음 분기까지 기다려야 한다. 특정 분기에 미국시장 수입수요가 부족해 분기별 쿼터 30%를 소진하지 못했다 해도 이를 다음 분기로 이월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산업부는 이런 문제 등을 고려해 미국과 세부 쿼터 이행 방안을 협의 중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상황은 국내 업체간 쿼터 배분 협의, 그리고 아직 미국과 철강관세 면제 협상을 벌이고 있는 브라질·유럽연합(EU)·캐나다·멕시코 등 6개국의 협상 상황을 봐야 우리 업계의 이익이나 손해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조계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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