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9% 늘어났지만, 영업이익 규모가 큰 삼성전자와 에스케이하이닉스를 제외하면 오히려 7%가 줄어든 것으로 조사돼, ‘반도체 호황’에 따른 착시현상을 주의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인 시이오(CEO)스코어(대표 박주근)이 6일 매출 기준 국내 500대 기업 중 지난 4일까지 1분기 사업보고서 발표한 100개 기업의 영업실적을 분석한 결과, 100개 기업의 전체 영업이익은 38조7천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에 비해 6조3천억원(19.4%)이 늘었다. 하지만 영업이익 규모 상위 1·2위인 삼성전자와 에스케이하이닉스를 제외하고 계산하면 전체 영업이익은 1조3500억(-7%)이 오히려 감소해, 반도체 호황을 누리고 있는 삼성전자와 에스케이하이닉스를 뺀 나머지 대기업들의 실적이 지난해보다 안좋은 것으로 분석됐다. 박주근 시이오스코어 대표는 “실제 100개 기업 중 영업이익이 증가한 곳은 45%에 불과하고 나머지 55%는 영업이익이 감소하거나 적자로 전환됐다”고 밝혔다. 분석 대상 100개 대기업에는 삼성전자, 에스케이하이닉스 외에 현대차, 엘지디스플레이 등 주요 대기업이 망라됐다.
기업별로 보면 영업이익이 가장 많이 증가한 기업은 삼성전자로 5조7천억원(58%)이 늘었다. 그 다음은 에스케이하이닉스로 1조9천억원(77%)이 증가했다. 하나은행(2527억원), 국민은행(1795억원), 신한은행(1485억원) 등 은행권도 호조세를 보였다. 영업이익 증가율에서는 지에스건설이 560%(증가액 3300억원)로 가장 높았다. 그 다음은 삼성전기 503%(1284억원), 호텔신라 342%(341억원)의 순서였다.
반면 엘지디스플레이는 지난해 1분기는 영업이익이 1조원이 넘는 최대 호황을 누렸으나 올 1분기에는 중국업체의 저가 공세 영향으로 983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해, 영업이익 감소폭이 무려 1조1천억원을 넘었다. 중국시장에서 고전한 현대차도 영업이익이 5694억원(-45.5%)이나 감소했다. 그 다음은 신한카드 3342억원(-63.1%), 현대모비스 2188억원(-32.7%)의 순서로 영업이익 감소폭이 컸다. 엘지디스플레이 외에도 삼성중공업(-478억원), 쌍용차(-312억원), 현대위아(-298억원) 등이 적자를 기록했다.
업종별로는 건설 및 건자재(51.4%), 아이티·전기전자(48.2%), 증권(19.3%), 은행(18.6%)의 영업이익 증가폭이 컸던 반면, 카드 등 여신금융업종은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등으로 영업이익이 49.1%나 감소했다. 자동차?부품(-39.0%) 역시 중국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 여파 등으로 40% 가까이 영업이익이 줄었다.
곽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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