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주택사업부문(이하 삼성래미안)이 2014년 이후 사실상 신규 수주를 중단하며 ‘축소 경영’을 하는 과정에서 5년째 지속적인 조직·인력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 삼성 쪽의 공식적인 부인에도 주택 사업을 정리하는 수순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어서, 삼성래미안 임직원은 물론이고 기존 래미안 아파트 거주자들도 술렁이는 모습이다.
8일 삼성물산 전·현직 임직원의 말을 종합하면, 삼성래미안은 2014~17년 4년 연속으로 조직·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한 데 이어 이달 중순 추가 조직개편과 감원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번 구조조정 방안에는 래미안 수주를 담당해온 사업소를 대폭 줄이는 것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물산은 서울 4곳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6곳인 삼성래미안 사업소를 하나로 줄이고, 60여명의 영업인력도 20%가량 감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삼성래미안 사업소는 2010년 정연주 부회장이 대표를 맡기 전에는 13곳에 달했다. 앞서 삼성래미안은 2014년에는 조직개편과 감사를 통해, 2015~17년에는 해마다 희망퇴직을 실시해, 한때 1300명에 달했던 임직원이 지금은 800명 수준까지 줄었다. 올해 희망퇴직이 시행되면 5년 연속 감원을 하는 셈이다.
기업의 감원은 경영난 등 불가피한 상황에서 최소한으로 하는 게 일반적인데, 삼성래미안은 2014년 이후 4년 연속 경상흑자를 기록했다는 점에서 ‘이상한 구조조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래미안은 지난해 1500억원의 흑자를 낸 것을 비롯해 최근 4년 동안의 누적 경상흑자가 7천억원을 넘는다.
삼성물산 내부에서는 사실상 주택사업을 정리하는 수순이란 시각이 많다. 삼성래미안은 2013년 과천과 서울 반포 아파트 재건축사업을 끝으로 사실상 신규 수주(시공업체 선정 기준)를 중단하면서 잔여 공사물량이 최대 30조원대에서 7조~8조원(공사 중인 물량 제외)으로 크게 줄었다. 삼성래미안의 연간 공사물량이 2조원대인 점을 고려하면 향후 3~4년이면 잔여 공사물량도 바닥날 것으로 보인다. 삼성래미안의 구조조정을 두고는, 삼성물산이 최근 팀장급 이상 임직원들을 불러 “래미안을 포기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약속한 것과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당시 임직원·주주에게 “삼성물산이 보유한 건설부문의 차별화된 경쟁력과 상사부문의 해외인프라, 제일모직이 보유한 다양한 사업영역과 운영 노하우를 결합해 초일류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과도 어긋난다.
삼성래미안의 분사를 제안한 ‘래미안을 사랑하는 모임’(대표 이경택 전 삼성건설 전무) 쪽은 “국내 1위 아파트 브랜드인 래미안을 건설업계의 부정 관행과 잦은 민원 등을 이유로 고사시키려는 것은 2만명이 넘는 본사 임직원, 협력업체 및 현장 노동자, 32만호에 달하는 기존 래미안 아파트 거주자를 고려하지 않는 처사”라며 “래미안을 분사해서 종업원이 주주인 사회적 기업으로 재탄생시키는 게 바람직한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지속적인 감원을 통해 흑자를 유지하는 경영 행태도 문제다. 고용노동부 근로기준정책과 관계자는 “기업이 희망퇴직을 감원 수단으로 남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근로기준법을 개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물산은 “주택사업을 정리하거나 분사를 검토한 바 없다”며 “주택 영업조직을 통합할 계획을 세운 적이 없고, 특정 사업부를 대상으로 한 인원 구조조정도 없다”고 밝혔다. 삼성물산은 2014~2017년 감원 이유에 대해선 “해외건설 부진 등의 이유로 인해 삼성래미안뿐만 아니라 전체 삼성건설 차원에서 실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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