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대표들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 수도권평가부 사무실 앞에서 원청 조선사들의 ‘갑질’ 피해를 중소벤처기업부에 신고한다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경제민주화전국네트워크 제공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하청업체 13곳이 부당 하도급행위에 따른 피해를 호소하며 중소벤처기업부가 직권조사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중기부 출범 이래 대기업의 ‘갑질’ 피해와 관련해 중기부에 조사 및 피해 구제를 요청한 첫 사례여서 처리결과가 주목된다.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하도급 갑질 피해 하청업체 모임’ 소속사 대표 13명은 경제민주화네트워크와 함께 10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 수도권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중기부가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상생협력법)’에 따라 직권조사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이 하도급대금 산정방법을 미공개하고, 직접공사비보다 낮은 하도급대금을 지급했으며, 하도급대금을 부당하게 산정하고 지급해 상생협력법을 위반했다고 중기부에 신고했다. 현행 상생협력법에 따르면, 중기부는 대기업의 갑질행위에 대한 실태조사권, 공표권, 이행명령권, 조정권 등의 권한을 부여받고 있으나 지금까지 행사된 사례는 거의 없다.
조선사 하청업체 대표들은 원청 대기업의 갑질에 따른 피해구제를 그동안 법원, 공정거래위원회, 정치권 등에 지속적으로 호소해왔으나 어느 기관에서도 제대로 구제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지난 1월 공정위가 대우조선 하도급업체 18개사로부터 하도급법 위반 신고를 받고 조사했지만 ‘계약서 미교부 및 지연교부’에 따른 과징금 2억원만 부과하고, 핵심 쟁점인 ‘단가 후려치기’로 인한 피해구제는 손도 대지 않았다. 경제민주화네트워크의 서치원 변호사는 “대기업 조선사가 하도급계약서를 쓰지 않고 주목구구식으로 일을 시키고 대금을 지급하면 하청업체로서는 일한 작업에 대한 대금이 정확히 산정되고 지급되었는지 확인할 수 없고, 따라서 피해사실을 증명하고 구제받기도 어렵다”며 “공정위이든 중기부든 행정기관의 보다 적극적인 개입과 법 집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대기업 조선사 하청업체 대표들은 “지난해 11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하도급거래 공정화 종합대책을 발표하는 등 정부에 기대감을 갖게 했으나 지금까지 실효성 있는 대책이나 피해구제 조처가 나온 게 없다”면서 “중기부에 피해 실태를 신고하는 것은 하도급 공정화에 관한 법률의 주관 기관인 공정위의 분발을 촉구하는 동시에 잠자고 있던 중기부의 상생협력법상 권한을 깨우는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박순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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