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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정부 “외환개입 순거래 내역만 공개…시장 영향 크지 않을 것”

등록 2018-05-17 19:19수정 2018-05-17 20:52

17일 ‘외환정책 투명성 제고 방안’
내년 3월부터 외환개입 내역 공개
반기로 두차례 공개 뒤 분기별로
“장기적으로 원화 강세 요인 예상”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7일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7차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면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7일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7차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면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내년 3월에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 현황이 매도와 매수를 합친 순거래 규모로 처음 공개된다. 6개월 간격으로 두 차례 공개한 뒤 내년 12월부터 3개월로 주기를 줄인다. 정부는 이미 공개 방침이 시장에 선반영된데다 공개 내용도 예측된 수준이어서 외환시장에 끼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17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외환정책 투명성 제고 방안’을 확정했다. 그동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 가운데 외환시장 개입 현황을 공개하지 않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했다. 이에 국제통화기금(IMF) 등은 투명성 제고를 근거로 우리 정부에 개입 현황 공개를 끊임없이 요구해왔다. 특히 미국은 지난 4월 ‘주요 대상국 환율정책 보고서’에서 우리나라를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하며 “투명하고 시의적절한 방식으로 외환시장 개입 내용을 공개할 것”을 명시적으로 권고하기도 했다.

앞으로 정부는 필요 시 외환시장에 개입할 수 있도록 조성한 외국환평형기금과 한국은행 등 외환당국이 실시한 외환거래 현황을 공개하게 된다. 다만 외환시장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해 ‘단계별 공개’를 선택했다. 공개 주기를 반기별로 시작하되 1년 뒤 분기별로 바꾸기로 하고, 공개 대상은 해당 기간에 총매수와 총매도를 차감한 순매수(순매도)로 정했다. 공개 시차는 3개월 이내다. 이에 따라 내년 3월 말에 올해 하반기 외환시장 개입 내용이 처음 공개된다. 내년 상반기 내용은 그해 9월에 공개하며, 이후 12월부터 분기별 공개로 전환된다. 이날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급격한 쏠림이 있을 때 시장안정조치를 한다는 기존 원칙은 변함없다. (분기별 공개) 이후 변화 가능성은 고려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의 ‘6개월 또는 3개월마다 순매수’ 공개는 다른 나라에 견줘 주기가 길고 덜 구체적인 편이다. 스위스(연별)를 제외하곤 외환시장 개입 정보를 이미 공개하는 나라들은 대부분 월별을 채택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가입을 검토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회원국 거시정책당국의 공동선언’(2015년)에도 매수·매도 총액을 분기별로 공표하게 돼 있다. 다만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베트남 등의 경우 외환시장 개입 정보를 처음 공개한다는 점을 고려해 분기가 아니라 반기 단위로 매도와 매수를 합친 순거래 규모만 공개하기로 합의했다.

전문가들은 공개 대상과 주기가 적절한데다 공개 방침이 이미 시장에 반영된 상태라서 당장 환율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다만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 여지가 공식적으로 축소됨에 따라 장기적으로는 원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김소영 서울대 교수(경제학)는 “매도와 매수를 따로 보여주면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이 정확히 파악된다”며 “개입 패턴이 읽히니까 정부의 외환개입 효과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데 순매수만 공개하기로 결정해 부담이 한결 줄었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연구원은 “개입 공개 주기가 당일이나 월 단위가 아닌 분기, 반기 단위이고, 그동안 외환당국이 적극적인 달러 매수 개입을 자제해왔기 때문에 당장 큰 부담으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만 외환당국의 운신의 폭이 좁아져 원화 약세를 제한하는 요인이 될 듯하다”고 말했다.

이날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 현황 공개 결정에도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3.6원 오른 달러당 1081.2원에 거래를 마쳤다.

정은주 한광덕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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