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선세이지와 협상앞드고 실사작업
한라그룹 “되팔때 우선매입청구권” 반발
국내 최대 자동차부품업체인 ㈜만도가 현대·기아차그룹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현대·기아차그룹은 ㈜만도의 최대주주(지분율 73%)인 선세이지 쪽과 지분인수협상을 본격화하기 위해 지난달 중순부터 외부 법률전문가까지 동원한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실사작업을 진행중인 것으로 2일 확인됐다.
현대차 관계자는 “만도 경영권 인수의 우선협상대상자 자격으로 간단하게 자산과 부채현황 등을 파악하는 차원의 약식 실사는 이미 끝냈다”면서 “그러나 구체적인 인수가격과 조건을 제시하려면 좀더 세밀한 실사가 필요하고 이후에도 지루한 가격 줄다리기가 예상되는 등 갈길이 멀다”고 말했다.
현대차와 함께 우선협상대상자로 꼽힌 미국 부품회사 티알더블유(TRW)와 컨티넨탈, 독일의 지멘스는 선세이지의 요구조건을 맞추지 못해 이미 인수경쟁에서 탈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도 관계자도 “현대차 인수팀에서 주요 경영자료 제출을 수시로 요구하면서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전하며, “경영권 인수경쟁은 4파전이 아니라 대주주와 현대차와의 단독협상으로 굳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영국의 경제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선세이지가 모든 지분을 현대차에 넘기거나 경영권을 행사할 만큼의 지분만 매각하고 나머지는 제이피모건의 아시아투자펀드로 이전하는 방안을 현대차와 논의하고 있다고 1일 보도했다. 선세이지와 현대차의 협상이 지분매각과 인수의 구체적인 방식까지 논의하는 단계로 진전됐음을 짐작할 수 있다.
현대차의 ㈜만도 인수추진은, 정몽구 회장이 지시한 ‘자동차부품사업 수직계열화 방침’에 따른 것이다. ㈜만도는 자동차 제동·조향·완충장치 등의 분야에서 국내 최대 생산능력을 갖춘 부품전문회사로, 지난해 1조4202억원의 매출에 1709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애초 ㈜만도는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의 동생인 정인영 한라그룹 명예회장이 설립한 회사였는데, 97년 그룹계열사의 부실을 떠안는 바람에 흑자부도를 내고 99년 11월 제이피모건과 어피니티캐피탈의 합작법인인 선세이지에 매각됐다. 지금도 현대·기아차와의 거래에서 전체 매출의 70% 가량이 발생할 정도로 사업구조상으로는 돈독한 관계를 맺고 있다. 따라서 현대차가 ㈜만도를 인수하게되면 ‘형제기업’에서 ‘직할기업’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그러나 바로 이점 때문에 재기를 꿈꾸는 정인영 한라그룹 명예회장과 조카인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 사이에 팽팽한 긴장이 조성되고 있다. 한라그룹 쪽은 “99년 선세이지에 경영권을 넘길 때 지분을 되팔 경우에는 우선매입청구권을 보장받았다”면서 ‘현대차로의 매각불가’라는 태도를 분명히 했다. ㈜만도 노조도 현대차의 다른 자동차부품 계열사들과 품목과 사업이 중복되는만큼 구조조정과 고용조정이 불가피하고, 독자 기술개발과 수출노력도 물거품이 된다는 이유로 현대차의 인수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박순빈 기자 sbpark@hani.co.kr
박순빈 기자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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