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2015년 5월 항소심에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석방돼 법원을 나서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회항’ 갑질 사건이 발생한지 3년여 만에 국토교통부가 징계 처분을 내릴 예정이다. 징계를 미루다,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컵 갑질’이 논란이 되자 ‘뒷북 징계’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눈초리도 나온다.
국토부는 18일 행정처분위원회를 열고 대한항공과 조 전 부사장, 땅콩회항 당시 관련자 등에 대한 징계를 결정하기로 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딸인 조 전 부사장은 2014년 12월5일, 미국 뉴욕 제이에프케이(JFK)국제공항에서 대한항공 여객기에 탑승했다가 승무원의 마카다미아 제공 서비스를 문제 삼아 이륙 준비 중이던 여객기를 램프 리턴(탑승게이트로 되돌리는 일)하도록 지시하고 박창진 당시 사무장을 강제로 내리게 한 사건이다.
항공안전법을 위반해 부당한 회항을 지시하고 기내에서 승무원에 대해 욕설, 폭행을 한 조 전 부사장과, 부당한 지시임을 알면서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당시 조종사였던 서아무개 기장, 직원들에게 허위 진술을 하도록 회유해 사건을 은폐하려 했던 여아무개 상무 등이 대한항공과 함께 이번 징계 대상이다. 행정처분위원회 논의에 따라 6개월 이내의 운항정지 또는 과징금이 부과된다.
사건이 발생한지 3년을 넘겨 국토부가 징계를 내리는 것을 두고,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갑질로 국민 여론이 안 좋은 상황에서, 진에어에 대한 부실 감독 등 소위 ‘칼피아’라 불리는 국토부와 대한항공의 유착을 의심하는 눈길이 커지자 뒤늦게 징계에 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나온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사건 당시 법률 자문을 받은 결과, 법원의 판결이 확정된 뒤 징계에 착수하는 것이 좋겠다는 답변을 받아 법원 확정 판결을 기다렸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2월21일 조 전 부사장은 대법원에서 폭언 및 폭행 혐의가 인정돼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됐다. 항로를 무단 변경한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가 인정됐다. 김상수 국토부 항공운항과장은 “법원 판결이 나온 뒤 재판 자료 등을 토대로 사실 관계를 다시 조사해 징계에 착수했다”며 “조현민의 물컵 갑질 사건이 발생하기 2주 전에 징계처분하겠다는 보고를 이미 한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국토부의 이런 설명에도 불구하고, 봐주기 아니냐는 의심은 그간 대한항공에 대한 국토부의 부실한 관리감독이 자초한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땅콩회항 사건 직후 항공안전특별위원회는 사외이사 중 한명을 반드시 안전분야 전문가로 선임하도록 하고, 사장 직속인 중앙안전위원회를 이사회 직속으로 배치해 내부통제를 강화하도록 하는 등의 개선사항을 권고했지만 대한항공은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하지만 국토부는 위원회 권고안을 대한항공이 이행하도록 강제하기는커녕 국회에 이행을 완료한 것처럼 보고하기도 했다. 최근 물컵갑질로 논란이 된 조현민 전 전무는 미국인임에도 대한항공 계열사인 진에어에서 등기임원으로 6년간이나 재직했지만 이 역시 제대로 감독하지 않다 언론을 통해 문제가 된 이후에야 조사에 들어갔다.
허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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