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이노텍 직원들이 ‘인공지능 양계 스마트팜’ 기술 개발을 위해 양계장의 닭을 네트워크 카메라로 모니터링하며 데이터를 분석하고 있다. 엘지이노텍 제공
인공지능(AI) 기술이 적용된 ‘스마트 양계장’이 등장한다. 닭 상태를 실시간으로 감지해 축사의 온·습도를 자동 제어하고, 개별 닭의 움직임을 관찰해 방역까지 관리한다.
엘지(LG)이노텍은 22일 농촌친흥청 산하 국립축산과학원과 함께 양계장을 무인화해 관리할 수 있는 ‘인공지능 스마트팜 기술’을 개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양쪽은 이날 양계 산업 경쟁력과 농가 복지를 높이기 위한 효율적이고 전문화된 사육시스템을 만들기로 하는 공동연구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우선 양계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인력이 필요 없는 인공지능 스마트팜 기술을 개발한다. 가금류에 대한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딥러닝 기술과 카메라 센싱 기술 등을 결합해 추진한다. 이 기술이 개발되면 카메라와 각종 센서가 양계장 내 수만마리 닭의 상태와 날씨·온도·습도 같은 환경 변화를 자동 분석하고, 인공지능 기술로 제어한다. 또 닭의 발육상태를 분석해 출하 시점을 예측할 수 있게 된다.
이를 위해 국립축산과학원은 닭의 성장 단계별 행동을 연구해 관련 표준을 개발하고, 엘지이노텍은 카메라 및 온·습도 센서 등으로 이뤄진 계측 시스템과 질병이 의심되는 닭의 증상을 식별하는 딥러닝 알고리즘을 개발한다. 엘지이노텍은 2020년까지 양계 농가 현장에 적용 가능한 수준으로 기술 완성도를 높일 계획이다. 이미 네트워크카메라를 통한 개체 인식 기술과 닭의 이상 움직임 검출 알고리즘 등 기반 기술은 확보했다.
권일근 LG이노텍 CTO(사진 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와 양창범 국립축산과학원 원장(세번째), 문홍길 가금연구소 소장(네번째)이 21일 전북완주군 국립축산과학원에서 ‘양계 스마트팜 기술개발 공동연구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후 관계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엘지이노텍 제공.
이번 기술 개발을 통해 양계 농가의 전염병 피해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팜에서 관리하는 닭이 감염 증상을 보이면 즉시 다른 양계 농가에 닭의 상태와 위치를 알려줘 빠른 방역이 가능하다. 대규모 양계장의 경우 수만마리를 집단 사육하고 있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PAI) 등 전염병에 매우 취약하다. 감염이 의심되는 한두 마리를 맨눈으로 발견하기가 매우 어렵고 농장에서 신고하기 전까지 별다른 대응 방안도 없다.
실제로 2016년 11월 발생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로 인해 3개월 만에 국내 821개 농가에서 총 3314만 마리의 닭과 오리 등이 살처분됐다. 양계 농가와 연관산업의 피해 규모가 직간접 비용을 모두 합치면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 바 있다.
권일근 엘지이노텍 최고기술책임자(CTO)는 “혁신적인 기술로 우리의 삶을 더욱 안전하고 편리하게 만들어 가는 게 목적”이라며 “인공지능 스마트팜 기술은 우리나라 농축산업을 혁신하고 농가의 복지를 증진하는 솔루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